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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學/한방춘추

섣부른 용서가 때로는 병을 크게 키워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은 무겁다. 그래서 용서가 복수보다 낫고, 용서도 화풀이의 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먼저 용서하는 게 이기는 길이고, 가장 고결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형태라고도 한다. 평생 행할 것 딱 한가지만 짚어달라는 제자들에게, 공자 역시 ‘서(恕)’를 꼽았다. 그러나 섣부른 용서가 때론 병을 크게 키운다. 가슴과 손, 발바닥에 열이 나서 갑갑하고 뜨겁다는 한 직장 여성. 진통제는 이미 듣지 않는 만성두통과 어깨통증, 아침이면 재채기에 눈까지 가려워지는 비염, 토끼눈처럼 충혈된 눈엔 만성결막염과 눈꺼풀경련, 조금만 신경쓰면 체하는 신경성위염, 음식을 먹으면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야 하는 과민성대장증후군, 어지럽고 메스꺼움이 동반되는 메니에르증후군 등 병명을 붙이자면 10개로도 부족하다. 한마디로 ‘화.. 더보기
최상의 살빼기는 ‘배꼽시계’대로 먹는 것 ‘내 생에 마지막 다이어트.’ 살 빼려는 이들의 한결같은 희망사항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내향적 기질로 스트레스를 외부로 발산하지 못해 식탐이 강해지는 체질에선 비만은 평생 과제다. 폭식증으로 내원한 20대 직장 여성. 저녁식사 후에도 야간에 음식이 또 당기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여지없이 폭식한다. 아침엔 얼굴이 퉁퉁 붓고 손이 뿌듯해져 오므리기가 힘들다. 다이어트와 요요현상이 반복되어 몸무게는 50~70kg 사이로 널을 뛴다. 최근엔 먹고 나면 일부러 토한다. 생리통과 피부트러블은 물론이고 벌써 전신 관절염까지 찾아왔다. 그간의 다이어트 방법들이 문제였다. 식단표대로 거의 굶다시피 했다. 전문가들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풀뿌리 + 닭가슴살’이 대세다. 여기에 운동 처방이 더해진다. 굶는거.. 더보기
과잉판정 되고 있는 ‘과잉행동장애’ 아이들은 자라면서 열두 번도 더 변한다. 따라서 서둘러 옥죄면 큰 재목을 잃게 된다. 또 너무 일찍 새겨진 주홍글씨는 자칫 평생의 상처가 된다.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로 내원한 초등 저학년생. 선생님으로부터 ADHD일 가능성이 높으니 병원에 데려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병원에서도 장기간 약물치료를 권유받았다. 학교에서 아이는 선생님 지시에 번번이 “왜 그렇게 해야 하죠?”라며 꼬박꼬박 되묻는다. 수업 중에도 궁금한 게 있으면 계속 손을 들고 있다. 친구가 먼저 장난을 걸어오면 원칙대로 친구에게 따지다가 선생님에게 혼난다. 친구 잘못인데 둘 다 벌을 서는 건 억울하다며 선생님에게 더 따지다가 또 혼난다. 이런 날은 여지없이 토한다. 두통과 복통을 호소하고, 갑자기 온몸이 가려워서 여기저기.. 더보기
애성과 애정, 글자 한 획의 차이 “집안에 모진 이가 있으면 반드시 효자효부가 먼저 병을 얻게 된다.” 이제마는 인간의 질병은 주색재권(酒色財權, 술·여색·재물·권력)에 대한 집착에서 시작되고, 탐욕의 결과는 당사자는 물론 가족에게도 그 여파가 미친다고 보았다. 불면증으로 내원한 중년 여성. 새벽녘까지도 잠들기가 어렵다. 감기처럼 오슬오슬 추웠다가도 금방 얼굴로 열이 훅 올라오는 불쾌감이 반복된다. 또 얻어맞은 것처럼 온몸이 쑤시고 저린다. 보통의 근육 통증과 양상도 달랐다. 진통제도 먹고 침과 물리치료도 받았지만 이상하게 낫지 않았다. 증상들은 수년간 병간호를 해오던 시아버지의 장례식 직후부터 시작됐다. 환자는 장례식 동안 시동생들로부터 ‘절차가 소홀하다’ ‘아버지를 잘못 모셨다’는 등의 각종 원망을 들어야 했다. 와병 중엔 잘 찾아오.. 더보기
우울증의 씨앗은 ‘소통부재’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다.’ 전문가들도 곧잘 인용하는 이 표현에는 함정이 있다. 이 광고 카피는 다국적 제약회사가 마케팅 차원에서 퍼트린 것이다. 우울증약에 감기약처럼 쉽게 접근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과연 우울증을 감기처럼 신체질환으로 보는 관점이 타당한가. 또 우울증은 감기처럼 정말 약만 먹으면 치료가 되는가. 대부분 우울증은 긴밀한 상대와의 소통부재에서 비롯된 좌절감이 원인이다. 그런데 환자 당사자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약만 먹으면 낫겠지’라는 식은 안일한 대처다. 소통부재의 문제는 더욱 은폐되어 환자를 점점 극단으로 몰고 간다.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내원하던 한 중년여성. 1년여 만에 걸려온 다급한 전화에서 한참을 흐느껴 울기만 했다. 성급한 결정은 하지 말라고 겨우 진정시켜 내원하게 했다... 더보기
태음인 아이에겐 ‘판다 대드’ 엄하게 키워야 ‘엄친아’가 된다. 미국 명문대 여교수의 이른바 ‘타이거 맘(Tiger Mom)’ 지론이다. 자녀가 공부를 게을리하면 밥도 주지 않는 혹독한 방식이다. 그녀의 화려한 학력과 그렇게 키운 딸의 명문대 진학으로 세계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에선 자녀의 자율권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판다 대드(Panda Dad)’도 등장했다. 야뇨증으로 내원한 한 초등학생. 유치원 때 시작돼 벌써 몇 년째 반복되지만, 병원 검사에선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체격이나 식욕도 좋고 학교생활에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단순한 질문들에도 엄마의 눈치만 살필 뿐이다. 원인은 엄마의 엄한 훈육에 있었다. 엄마는 “아빠가 부드러운 편이라 나는 엄한 편”이라면서 “야단친 날 밤에 자주 소변을 지린다”고 말했다. 대학교수인 .. 더보기
‘허허실실’의 묘미 넘치면 덜어내고 모자라면 보탠다(補虛瀉實).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아가는 기본 원칙이지만, 때로는 ‘허허실실(虛虛實實)’의 묘미도 살려야 한다. 식욕 부진으로 내원한 초등 3학년생. 언뜻 유치원생으로 보일 만큼 체격이 작다. 식사하는 데 1시간은 기본으로 밥을 사탕 빨듯 입에 넣고 삼키질 않는다. 보약은 물론이고 장어며 흑염소며 먹여보지 않은 게 없다. 엄마는 “먹는 게 부실해 감기나 비염을 달고 살고 체격이 워낙 작아 또래에게 얻어맞진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습관성 구토가 문제다. 아이는 요구를 즉각 들어주지 않으면 얼굴에 핏기가 보이도록 힘까지 써가며 토해버린다. 아이의 증상 모두 체질 속에 실마리가 있다. 아이처럼 소음인은 소화기능이 선천적으로 약하다. 또래에 비해 식사량도 적고, 조.. 더보기
엄마의 역풍 ‘공황장애’ 어머니는 만물을 생육하는 대지이며 젖줄이다. 또한 무한한 포용과 따뜻함의 상징이다. 그러나 “어머니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한 대씩 얻어맞는 기분이다. 이 무슨 듣고 싶지 않은 말일까!”라며 몸서리치는 파우스트처럼 모성(母性)은 때론 황량함과 적막함의 원형이기도 하다. 공황장애로 내원한 30대 남성. 좁은 공간에서 갑자기 숨막히듯 호흡이 곤란해지고 급기야 구토를 한다. 평소 위장기능도 좋지 않지만, 소화상태와 상관없이 갑자기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본인의 결혼식 날 신랑대기실에서 막연한 불안감에 점점 호흡이 곤란해지고 식은땀이 나더니 구토를 한 것이 시작이었다. 위내시경도 받았지만 가벼운 위염뿐, 약물치료에도 차도가 없었다. 이후 지인의 결혼식장을 가거나 특히 장인어른과 동행하면 증상이 반복됐다. 결혼에.. 더보기
‘잘해야 본전’ 아이 보기 아이 키우는 공(功)은 없다고들 한다. 여느 집안일처럼 육아는 기껏 잘해야 본전이고, 까딱 잘못하면 책임만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까지도 오로지 희생과 양보의 미덕으로 견뎌준 이가 없다면 온전한 가정은 존재하기 힘들다. 야경증(夜驚症)으로 내원한 두살배기. 한밤중에 잠을 자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깨어 운다. 직장인 엄마 대신 주중에는 외할머니가 아이를 돌보는데, 얼마 전 낮에 경기(驚氣)를 한 뒤부터는 밤마다 깨어 운다. 엄마는 “최근까지 멀쩡했는데 갑자기 왜 그럴까요”라며 따지듯 묻는다. 마치 외할머니를 문책하는 듯한 뉘앙스다. 동행한 외할머니는 죄인마냥 초조한 눈빛으로 말없이 서 있다. 어린아이는 뇌발육이 완전하지 않아 큰 질병이 없어도 경기를 할 수 있다. 다행이 뇌파검사.. 더보기
‘헬리콥터 맘’ 때문에 어미새의 날개가 아무리 커도 새끼의 몸통에 이어 붙일 순 없다. 새끼는 스스로 돋아나는 어린 날개로 홀로 비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날개를 다친 새는 그 날개가 아물면 언제든 다시 날아오를 수 있지만, 당장 안전해 보인다는 이유로 자식을 새장 속에 가두면 영원히 날 수 없다. 만성피부염으로 내원한 30대 남성. 얼굴과 두피에 울긋불긋한 피부발진과 가려움증으로 1년 넘게 고생 중이다. 처음엔 피부과 약을 2~3일 먹으면 진정되었는데, 지금은 잘 가라앉지 않는다. 재발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가려움은 배와 허벅지까지 넓어졌다. 피부색도 칙칙해져 대인관계도 힘들다고 호소한다. 환자가 “더욱 근본적인 한방치료로 바꿔보고 싶다”고 말하자, 보호자로 동행한 환자의 모친은 대뜸 “피부과를 가야지 한약으로 되겠느냐”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