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學/한방춘추 썸네일형 리스트형 만병통치약은 없다 하늘 아래 딱히 새로운 건 없다고들 한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이 등장하지만 정작 인간존재의 본질에 대한 혜안은 고전을 뛰어넘지 못한다. 반면 하늘 아래 똑같은 일도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경계하고 경계하라’는 가르침처럼 항상 새롭게 판단하길 요구한다. 만성 두통과 부비동염(축농증)으로 내원한 초등생. 10분이 멀다 하고 코를 푸느라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다. 아니면 코 뒤로 콧물을 그냥 삼켜야한다. 감기에만 걸려도 중이염까지 이어지고, 최근에는 방안에 있으면 머리가 아프고 갑갑하다며 짜증도 부쩍 늘었다. 그런데 아이의 증상이 잘 낫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가 한 홍삼제조회사의 고위간부라 지난 수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홍삼을 먹었다. 최근에는 집중력이 떨어진다 싶어 더욱 용.. 더보기 가장 미운 ‘남의 편’은 체면에 억압된 자기 자신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이를 방관하거나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남편은 더더욱 밉다. 그래서 ‘남편’은 ‘내편’의 반대말 즉 ‘남의 편’이라고도 한다. 갑자기 불안해지면 온 정신이 왼쪽 종아리로만 간다는 60대 여성. 10여년 전 상처가 곪아 고름을 빼냈던 부위다. 당시 간단히 치유되었고 재발도 없었다. 그런데도 불안이 시작되면 온통 머릿속은 종아리 생각뿐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자상한 남편조차 ‘희한한 병’이라며 타박만 했다. 이런 우울, 불안, 강박 증세는 무의식에 고착된 과거의 상처가 원인으로 환자의 심신이 지칠 즈음 드러난다. 이번에는 명절 음식 장만을 하던 도중 증상이 심하게 찾아왔다. ‘하루종일 죽을 것 같았다’며 심한 공포감까지 호소했다. 가족갈등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더보기 자포자기의 도피처 ‘기면증’ 잠은 ‘작은 죽음’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에는 밤의 신과 암흑의 신 사이에서 잠의 신 ‘힙노스(Hypnus)’가 태어난다. 죽음의 신 ‘타나토스’와는 쌍둥이 형제다. 기면증(嗜眠症, Narcolepsy)으로 내원한 여중생. 단순히 졸리거나 피곤한 것과 달리 일상생활 중에 마치 최면에 걸리듯 갑작스레 잠에 빠져드는 병이다. 스스로의 의지나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나타난다. 때로는 운전 중에 잠들기도 한다. 아이는 한 학기 전 서울로 전학왔다. 아버지가 고교 학군을 고려해 강남으로 전학시켰다. 성적이 상위권이던 아이 역시 기대에 부응하려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등수는 계속 곤두박질쳤다. 특히 수학은 버거웠다. 그 무렵부터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했다. 엄마는 단순히 체력저하로만 여겨 보약을 먹였다... 더보기 부인 얼굴도 ‘남편 책임’ 남자 나이 사십엔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말은 외모를 떠나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의미한다. 이 논리대로라면 남자는 배우자의 얼굴까지 책임져야 한다. 삶을 함께하는 배우자의 안색 역시 남편의 인격과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혼 5년차의 30대 부부가 내원했다. 아내는 “살이 쪄 힘들다”는 말 한마디 후 계속 눈물만 흘린다. 남편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자 그제야 “남편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남자답고 똑부러지는 성격이 매력이었는데, 막상 결혼하니 그 때문에 매번 싸운다고 한다. 태음인 아내와 소음인 남편 간의 갈등이다. 자기확신이 강한 소음인은 ‘내 길’만 고집하는 성격이다. 사소한 것 하나도 자기 뜻대로 해야 한다. 마트 물건 하나도 미주알고주알 간섭.. 더보기 사치스런 마음은 신경성질환의 뿌리 불은 조용히 자신을 태워 주위를 뜨겁게 만든다. 반면, 우레는 세상을 뒤집을 듯 요란한 천둥번개를 동반하지만 그 결과는 좁고 파괴적이다. 작은 음식조차 익혀낼 수 없다. 주역 팔괘 중 불을 상징하는 이괘(離卦)와 우레를 상징하는 진괘(震卦)에는 이처럼 상반된 세상 이치가 담겨있다. “어디가 불편하시냐”는 질문에 아픈 곳은 말하지 않고 엉뚱한 사설만 한참 늘어놓는다. “○○대학병원 김 교수 아시죠. 제가 10년 전부터 그분께 당뇨병 치료를 받는데…”라며 지난 병력을 미주알고주알 나열한다. 그런데 오늘 내원 사유는 병력과는 상관없는 불면증이다. 유명 대학병원 교수를 거론해 자신을 포장하려고 한참 진을 뺀 것이다. 정작 아픈 곳은 제대로 말하지 않고 “원장님이 나만 잘 고쳐주면 내가 소개할 환자들이 수두룩하다.. 더보기 유전되는 분노 내가 먼저 끊어야 수레바퀴는 항상 소의 발자국을 따른다. 그림자 역시 그 주인을 뒤따른다. 순간을 참지 못해 내뱉는 분노 역시 마찬가지다. 질량도 형체도 없기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착각할 뿐이다. 그러나 대를 거쳐 유전처럼 돌고 돌아도 결국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우울증으로 내원한 20대 여성. 책만 보면 글씨가 흐릿해지는 학습장애와 히스테리성 발작 때문에 학교생활이 힘들어 대학원도 휴학 중이다. 1년 넘게 치료 중이지만 큰 차도가 없다. 그러나 보호자인 엄마는 병에 대한 걱정보다 “독립할 나이가 한참 지났는데도 부모의존이 심한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딸에 대한 불만부터 늘어놓았다. 이에 질세라 환자는 “모든 게 우울증에 걸려서 그런 것 아니냐”라며 티격태격했다. 성정분석 결과 환자의 마음은 ‘태음인의 거처(居處)’ 상태였다.. 더보기 때에 맞게 먹고, 예에 맞게 쓰라 재벌이 왜 재물에 더 집착하게 될까. 먹을 것이 풍족하고 배부른데 왜 더 먹으려 할까. 경제나 생물학적 논리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사상의학에선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겁과 공포를 물질로 회피해보려는 탐인(貪人)의 마음으로 풀이한다. 거식증으로 내원한 여고생. 165㎝에 40㎏이 채 되지 않고 온몸이 깡말랐다. 탈모에 피부노화가 심해져 10대 후반으로 보이지 않는다. 배가 불러 더 이상 음식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여도 멈출 수가 없다. 배가 아파도 계속 밀어넣다가 급기야 토하길 반복한다. 1년째 생리가 끊겼고 수족냉증이 심해져 여름에도 추위를 타고 양말과 긴 옷을 입어야 한다. 흔히 거식증은 살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잘못된 다이어트 후유증으로 발생한다. 환자 역시 10대 초반에 통통했었고 비만에 대한.. 더보기 나는 잘 늙어가고 있는 걸까 소통(疏通)은 단연 이 시대의 화두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통 요구가 자신이 아닌 외부를 향해 있다. 불면증으로 내원한 60대 남성. 수면제로 겨우 2시간 자는 정도여서 몸이 축났다. 특히 소화력이 떨어져 매끼 죽만 먹다보니 3~4㎏ 더 빠졌다. 그는 “아들이 내 말을 잘 듣지 않아 불면증이 생겼다”고 할 뿐 다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생각대로 침만 놔달라고 했다. 다음날 환자는 대뜸 “왜 무료주차가 1시간뿐이냐. 건물주에게 규정을 고치도록 말하라”며 호통쳤다. 불면증과 화병으로 내원한 60대 여성. “며느리 때문에 병이 생겼다”는 환자는 상태를 묻자 지금까지 다녔던 병원의 의사들 흉만 늘어놓는다. 다음날은 뜸이 뜨거워서, 그 다음날은 침이 아프다며 치료를 거부했다. 한 달여가 지난 뒤 .. 더보기 선조들의 이유있는 이열치열 피를 보지 않는 비수는 없다. 뜨거운 독을 쏟아 넣어 건강한 육체를 죽게 만들지 않는 술잔도 없다. 괴테는 “상점의 물건 치고 인간과 세상에 큰 해를 끼치지 않는 건 없다”고 말했다. 문화 아이콘으로까지 확산되는 테이크아웃 커피는 어떨까. 두통과 생리통으로 내원한 30대 여성. 꼭 감기몸살처럼 몸이 쑤시면서 열이 났다가도 춥고, 소화장애와 설사도 동반된다. 콧물, 재채기 등 알레르기성 비염도 여름 들어서 심해졌다. 두통약이나 지사제가 잘 듣지 않고, 오히려 약까지 체한 듯 속이 불편하다. 혀와 맥에 나타난 스트레스 반응은 심하지 않았다. 진맥 결과 ‘한궐두통(寒厥頭痛)’이었다. 흔히 냉방병이라는 것도 이 범주에 속한다. 체내에 차가운 기운이 너무 강해져 생긴 불균형이다. 변호사답게 환자는 “평소 땀도 잘.. 더보기 아이 일탈은 부모와 애착결핍 탓 인간은 왜 술에 중독되는가. 이제마는 이에 대해 “일하기 싫어 술로 도망가는 것”이라 답했다. 즉 술의 중독성 이전에 현실도피라는 마음을 지적한 것이다. 아이들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인터넷게임 중독과 도벽으로 내원한 중학생. 방과후에는 친구들과 PC방에서 지낸다. 집에서도 방문을 닫고 인터넷만 한다. 최근에는 친구 물건까지 훔쳐 팔다가 선생님에게 발각됐다. PC방 친구들에게 게임아이템을 나눠주고 싶어 돈이 필요했다는 아이의 말에는 죄책감이 묻어있지 않았다. 엄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선생님 보기 창피해서 타이르고 용돈도 올렸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엄마가 더욱 충격을 받은 것은 아이의 일기장 내용이다. 엄마에 대한 욕설과 극언까지 담겨 있었다. 엄마는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서 그렇.. 더보기 이전 1 ··· 4 5 6 7 8 9 10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