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學/한방춘추 썸네일형 리스트형 훈육 불일치가 키운 ‘귀한 자식’ 귀하게 키워야 시집가도 귀하게 산다. 딸 가진 부모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손에 물 한 번 안 묻히면 결혼해서 호강하며 남을 부리면서 잘 살리라는 바람이다. 피부트러블과 우울증으로 내원한 20대 여성. 스트레스를 받으면 불면증에 시달리고 다음날 몸이 피곤해지면 마치 술 마신 것처럼 알록달록 피부가 붉게 올라온다. 또 담배는 피우지 않는데도 목에 마치 가래가 걸린 것처럼 늘 갑갑하다. 명문대를 졸업한 영어강사로 빼어난 미모를 지녔다. 그런데 모든 대화에 짜증이 배어 있다. 또 직장 상사가 부하를 대하듯, 상체를 뒤로 젖히고 다리를 꼰 채 상담에 응한다. 엄마가 민망해하자 “이게 뭘 어떻다고…”라며 짜증을 낸다. 분명,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그런데, 들어봐도 딱히 큰 사건은 없다. 환자는 “그냥 모든 게 다.. 더보기 남을 향한 분노는 나를 죽이는 화살 제1의 화살은 맞더라도 제2의 화살은 맞지 말라. 제2의 화살은 맞았더라도 제3의 화살은 피해야 한다. 불가에서 전해지는 가르침이다. 어깨통증과 불면증으로 내원한 60대 남성. 사람이 많은 수영장에서 수영 도중 젊은 남성과 어깨를 서로 부딪쳤다. 곧장 병원부터 갔고, X-레이에 목 디스크가 확인됐다. 그러나 의사는 노인성일 뿐 사고로 생긴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부상을 증명하고 싶었던 환자의 기대가 꺾였다. 이번엔 한의원으로 와 “병원에서 주사를 맞았지만 오히려 손 저림까지 생겼고, 이젠 한 달째 잠도 못 잔다”며 의사를 원망했다. 첫날은 어깨 근육을 푸는 가벼운 침 시술을 했다. 다음날 환자는 대뜸 “오늘 아침 기운이 없고 벌벌 떨렸는데, 어제 침을 맞아 기운이 빠진 것 아니냐”고 따진다. 환자는 수영.. 더보기 억압된 정서의 신체언어 ‘틱장애’ 수면 위로 드러난 빙산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여기는 순간 침잠해 있던 빙산이 더 큰 위기로 다가온다. 눈과 얼굴을 찡긋거리는 틱장애와 소변장애로 내원한 초등생. 서너 살 때 잠깐 나타났던 틱장애가 1학년 때 다시 심해졌다. 최근 들어 소변을 억지로 참고, 잠자리가 바뀌면 대변까지 지린다. 대부분 훈육을 서두르다 생기는데, 엄마는 “학교에 입학할 즈음이라 산만한 생활태도를 잡아준 것 뿐”이라고 말했다. 틱장애는 ‘소아 화병’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심리적 환경적 원인이 크다. 아이들은 억압된 정서를 말보다 틱이라는 신체언어로 드러낸다. 가장 흔한 정서가 부모에 대한 불안과 분노다. 대지인 엄마의 품에서조차 ‘조금만 잘못해도 자신의 존재가 뿌리 뽑힐지 모른다’는 불안이다. 또 .. 더보기 남에겐 약이 나에겐 독 될 수도 자연으로 돌아가라. 멀어지면 병이 생긴다. 여기서 자연은 꼭 숲에 기거하며 유기농만 먹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사상의학에서는 타고난 마음결대로 사는 것이 중용의 미덕이자 자연이다. 그 네 가지 마음은 사농공상(士農工商)으로 상징화했다. 스트레스성 피부염으로 각각 내원한 태음인 여성과 소양인 남성. 좁쌀 크기의 발진들이 발갛게 올라와 가려워 피가 날 정도로 긁는다. 한 사람은 가슴·목·얼굴·두피에, 다른 사람은 옆구리에서 팔로 번져간다. 약을 먹으면 잠시 진정되다가 금방 재발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날은 확연히 심해진다. 그런데 두 사람의 피부염은 모두 직업과 관련이 있었다. 피부염이 생긴 시기가 두 사람이 의류매장 매니저와 상점 재고관리자로 직장을 옮긴 뒤부터였다. 태음인 여성은 까다로운 고객 비위를 맞추며.. 더보기 내가 아닌 그에게 맞추는 것이 ‘배려’ 공자가 큰 사당에서 제사를 올리면서 절차 하나하나를 물었다. 그러자 혹자가 “누가 공자가 대단하다 했는가. 제사 법도조차 몰라 매사를 묻는데…”라며 비난했다. 이에 공자는 자신이 한 행동이 진정한 ‘예’(禮)라고만 답했다. 살찌고 싶다며 내원한 30대 남성. 불면증과 식욕부진으로 마른 체형인데 6㎏이나 더 줄었다. 몇 년을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마음을 다스리려 명상서적도 읽고 매일 방에 향을 피우고 참선도 했지만 허사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짜증이 늘었다. 소음인 사려과다(思慮過多) 증상이다. 머릿속에서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생각이 떠나질 않아 몸까지 축나는 현상이다. 환자의 경우 결혼 문제였다. 2년 넘게 교제 중인 직장 후배에게 청혼했는데 확답을 주지 않는다. 애타는 .. 더보기 자녀교육의 최고 덕목은 ‘따뜻한 신뢰’ “훌륭한 임금은 신뢰받고 난 뒤에 그 백성을 노고롭게 한다. 신뢰 없이 부리면 백성들은 자신을 학대한다고 여긴다.” 이 같은 공자의 혜안은 정치에만 국한되지 않고 부모·자식 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학습우울증으로 내원한 여학생. 고1 때 자퇴한 후 3년째 집 안에만 있다. 아이는 “머리가 항상 멍하다, 그냥 죽고 싶다, 이유는 없다”는 말만 하곤 입을 다물었다. 아버지는 “중3 때까지 최상위권이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성적이 떨어졌다”면서 “우울증 약도 먹는데 나아지는 게 없다”며 답답해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에듀파파(Edupapa)’다. 바쁘다는 이유로 자녀교육에 무관심한 아버지들과 달리, 자녀를 열성적으로 가르치고 학원이나 교재 선택까지 챙긴다. 아이의 아버지 역시 외동딸을 어릴 때부터 직.. 더보기 인정받길 바라는 욕망의 ‘역풍’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선 목숨도 바친다는 말이 있다. 인정받길 바라는 인간의 욕망이 그만큼 뿌리 깊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이런 욕망이 때로는 날카로운 비수로 되돌아온다. 만성두통과 불면증으로 내원한 50대 여성. 심한 어깨 결림과 위경련으로 오래 고생했다. 큰 병원에서 여러 검사도 받았고, 좋다는 한약도 먹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환자는 “내 병은 고질병인데 고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는다. 병이 잘 낫지 않았던 원인은 해묵은 가족 간 갈등이었다. 친정 엄마에서부터 남편과 친정 형제들, 그리고 두 딸까지 모두 다 못마땅하다. 집안살림에 가게까지 운영하는 바쁜 와중에도 1시간 거리에 홀로 사는 노모와 다른 지방에서 자취 중인 딸까지 챙긴다. 환자는 “지금껏 가족에게 희생했는데 가족들은 왜 나를 .. 더보기 ‘효부’를 졸도시킨 효 주부들 중에 흔히 ‘시금치’는 쳐다도 안 본다고 말한다. 시댁의 ‘시’자조차 듣기 싫다는 것. 그런데 ‘시’자보다 더 싫은 것이 ‘효(孝)’자라고 한다. 오죽하면 태권도·양궁·레슬링·유도가 싫은 이유가 ‘효자’ 종목이기 때문이라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다. 과연 ‘효자 남편’은 가정불화의 원인이며 ‘효’는 용도 폐기되어야 할 고루한 사상일까. 아내 보약을 짓기 위해 내원한 중년부부. 그런데 아내의 얼굴에 시커먼 멍이 들어 있다. 2주 전 거실에서 청소하던 중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벌써 세 번째다. 매번 응급실에서 뇌CT 검사도 했지만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맥을 보니 화병과 우울증 맥이었다. 혀에도 오래된 스트레스 반응들이 관찰됐다. 누적된 시댁갈등으로 인한 히스테리성 졸도였다. 꾀병과는 다르다. .. 더보기 엄마의 학습과욕이 부른 딸의 강박증 후발선지(後發先至). 상대보다 칼을 늦게 뽑지만 먼저 닿는다는 뜻이다. 의 ‘설검(說劍)’편에서 유래한 말로 검도 원리 중 하나다. 출발이 빠르면 무조건 이길 듯 싶지만, 실상 대련을 해보면 그렇지 않다. 강박증과 틱장애로 내원한 여중생. 대기실에서부터 불안한 듯 쉴 새 없이 신장계측기에 올라섰다 내려서길 반복하며 서성인다. 틱장애는 초등 저학년 때도 있었지만 가볍게 넘어갔다. 그러나 1년 전 친구들과 장난치다 머리를 맞은 후 재발했다. 여기에 강박증까지 더해져 자기 방문의 손잡이를 열지 못한다. “손잡이를 잡는 순간 내 손이 어떻게 될 것 같다”고 말한다. 밤에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도 화장실을 못 간다. 문소리에 언니가 깨면 나를 해칠 것만 같다. 결국 밤새도록 끙끙대며 혼자 참다가 옷에 소변을 지리기.. 더보기 모두에게 상처 주는 ‘자식편애’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부모가 자식들을 공평하게 대한다는 의미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막상 깨물었을 때 더 아프고, 덜 아픈 손가락은 없을까? 공황장애로 내원한 여고생. 좁은 공간에 혼자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지다가 숨이 안 쉬어져 죽을 것 같다고 호소한다. 표면적으론 엄마의 말처럼 전학 뒤 성적이 하락한 것이 원인이다. 그러나 수차례 상담 결과 남동생과의 차별에 대한 무의식적 거부감이 근본 원인이었다. 편애한 기억이 없다는 엄마와, 늘 차별했다고 느끼는 딸의 인식 차는 컸다. 환자는 “엄마를 닮고 똑똑했던 남동생만 늘 예뻐했다”고 원망했다. 관심 받고 싶어 보채던 환자를 향해 엄마가 과자봉투를 던지며 좁은 창고에 들어가 벌을 서게 한 오랜 기억까지 떠올렸다. 엄마는 남동생..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8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