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學/한방춘추 썸네일형 리스트형 ‘어찌하라’의 역풍 “어찌할까, 어찌할까 하지 않는 자는 나도 어찌할 수 없다.” 천하의 공자도 스스로 고민하지 않는 제자는 어떻게 가르쳐볼 방법이 없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부모들은 ‘어찌할까’ 하며 스스로 분발할 기회를 아이에게 주기보다 ‘어찌하라’며 강요하기 쉽다. 정작 ‘어찌할 줄 모르는’ 아이들은 막다른 곳에 내몰린다. 비만치료 중이던 주부가 초등학생 아들을 데려왔다. 아들 역시 최근 살이 많이 쪘고 눈과 입을 찡긋거리는 틱장애가 생겼다. 집에 오면 엄마부터 찾던 아이가 요즘은 엄마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냉장고로 향한다고 한다. 엄마는 “아이가 부쩍 말도 듣지 않고 짜증이 늘었다”며 걱정한다. 엄마와 아이 모두 태음인이다. 환자는 대출까지 받아 학군이 더 좋은 곳으로 이사했지만 집값이 크게 떨어졌다. 경제적 부담으로.. 더보기 ‘풍요속 결핍’의 고통 “태양을 등지고 서리로 몸을 녹이려는 격이다.” 최상의 행복이라도 익숙해지면, 어리석게도 더 탐나는 걸 그리워하는 인간의 속성을 괴테는 이렇게 비유했다. 괴테는 또 부유한 가운데 결핍을 느낀다는 건 인간의 고통 중 가장 혹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후우울증으로 내원한 여성. 결혼 후 대학원을 그만두고 남편 뒷바라지를 하면서 비교적 잘 지내왔다. 그런데 최근들어 “하루하루 왜 사는지, 아이를 봐도 예쁜 줄을 모르겠다”고 했다. 원래 마른 체형인데 식욕저하로 체중은 더 줄고 불면증까지 왔다. 대한민국 여성의 70~80%가 경험한다는 산후우울증. 출산과 육아는 고스란히 여성의 몫이며 엄마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분위기 탓에 간과되는 경향이 높다. 그런데 환자의 산후우울증엔 또 다른 원인이 있었다. 남편은 “얼마 .. 더보기 精은 넘치는 것만 사용하라 사상의학에서 조강지처와 첩을 구분하는 기준이 있다. 조강지처는 남편의 건강을 먼저 염려하지만, 첩은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만 신경쓴다는 내용이다. 이제마는 “부인이 첩의 아첨과 꾸밈을 싫어함은 남편의 건강을 위해서도 현명한 덕인데, 어찌 이를 칠거지악이라 하는가”라며 당시 유교적 관행에 반론을 제기했다. 발기부전으로 내원한 중년 남성.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후로 부쩍 양기가 떨어졌다. 그러다 술자리에서 친구의 권유로 부부관계시 발기부전 치료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동갑 친구에 비해 횟수도 적고 간혹 발기가 잘 안된 적도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치료제 덕분에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치료제를 사용한 다음날은 유독 심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게다가 치료제 없이 혼자 힘.. 더보기 ‘어깨에 힘’ 빼고 사세요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 내지 않으면 군자다.” 공자가 논어의 첫 편 첫 문장에서 이처럼 일갈한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인간이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는 가히 본능적이라 할 만하다. 사상의학 역시 “태음인은 대접받으려는 치심(侈心)이 없어야 진정한 위엄이 선다”고 가르친다. 어디가 불편하시냐는 질문에 대뜸 손만 내밀고 묵묵부답인 50대 여성 환자. “맥만 보시면 아픈데 다 아시지 않습니까”라며 버티고 있다. 할 수 없이 잠시 맥을 짚으며 환자를 살펴보니 전투적이지만 긴장한 눈빛이 역력하다. 짙은 눈썹 문신에 울긋불긋한 옷차림새와 크고 요란한 장신구들도 눈에 띈다. 잠시 뒤 “어깨통증 때문에 고생 좀 하셨겠네요”라고 하자 “어떻게 알았느냐”며 반색한다. 심하면 두통에 어지럼증도 있었을 것이고.. 더보기 참지 말고 표현하라 남의 눈의 ‘대들보’보다 내 손에 박힌 작은 ‘가시’ 하나가 더 아픈 게 인지상정이다. 병의 원인 역시 남보다는 나, 큰 사건보다는 작고 미묘한 것에 숨겨져 있다. 그래서 공자는 “군자는 자기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며 항상 가까운 곳부터 돌아보길 주문했다. 공황장애로 내원한 70대 할머니. 불면증과 함께 하루종일 가슴이 두근거리고 문소리만 나도 불안감을 느낀다. 또 어깨-허리-무릎 등 전신 관절이 다 아프다. 특이하게도 연평도 포격사건이 있던 날부터 시작되었다. 포탄이 터지고 연기가 나는 장면을 TV에서 접한 뒤 갑자기 가슴이 심하게 뛰었다. 한국전쟁을 직접 겪었던 터라 마치 전쟁이 다시 일어날 것 같았다고 한다. 한달여 신경안정제를 먹고 처음보다 덜해졌지만 여전히 불안을 호소한다. 전쟁.. 더보기 생각도 지나치면 ‘병’ “걱정은 항상 새로운 탈을 쓰고 나타난다. 별것도 아닌 일 때문에 두려워 떨고,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것을 놓고도 줄창 눈물을 흘린다.” 의 이 대사처럼 인간의 불안은 실제보다 내면에서 더 증폭되는 경우가 많다. 불면증으로 내원한 40대 주부. 20·30대에 간헐적으로 시작된 불면증이 최근 1년 사이 심해져 하루도 수면제 없이는 잠들기 어렵다. 수면제를 복용해도 간신히 선잠을 자는 정도라 몸은 늘 천근만근이다. 불면증이 오래되다보니 성격도 강박적으로 변해간다. “오늘도 잠을 못자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자기 전 화장실을 여러 차례 다녀온다. 소변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잠들기 어려울 것 같은 생각에 쥐어짜듯 소변을 본다. 또한 이불과 베개를 가지런히 하지 않으면 자다가 깰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반듯.. 더보기 심신 병들게 하는 ‘최선 강박증’ 최선을 다하라. 좋은 말이지만, 그 ‘경계’와 ‘대상’을 명확히 하지 않은 최선은 과욕일 뿐이다.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켜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폭식증으로 내원한 20대 여성. 최근 몇 개월 사이 무려 10㎏이 쪘다. 학습지 방문교사로 늘 시간에 쫓겨 아침은 굶고 점심은 빵이나 패스트푸드로 때운다. 저녁엔 긴장이 풀어지면서 허기가 져 허겁지겁 먹는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힘들지만 성적 관리에다 학부모 불만 상담, 학습지 비용 수금까지 일일이 신경써야 했다. 최근에는 가르치던 학생이 중도에 그만두지는 않을까 늘 노심초사한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며 잘못될까봐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하다고 호소한다. 그런데 보호자로 내원한 엄마는 대뜸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그렇다. 살을 빼려면 모질게 마음을 먹어야 하.. 더보기 기본 무시의 ‘혹독한 대가’ 세상이 온통 속도전이다. 정치나 대통령 탓만 할 일도 아니다. 어린이 대상 학원조차 ‘속성지도’를 전면에 내세운다. 충실한 기본기보다 당장 이겨먹는 잔재주에 목을 맨다. 논어는 ‘근본에 힘써 근본이 확립되면 모든 방법이 생긴다(君子務本, 本立而道生)’고 가르친다. 왜 현자들은 멀고 돌아가는 것 같은 ‘근본’에 힘쓰라는 주문을 할까. 당장 이기기보다 후에 이기기 위함이다. 또 닥친 문제가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복잡한 실타래는 결코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구안와사로 내원한 20대 여성. 안면신경의 마비로 한쪽 눈꺼풀은 제대로 감지도 뜨지도 못했다. 입술도 반쪽이 마비되어 말할 때 입모양이 심하게 일그러진다. 음식이나 물을 마실 때도 내용물이 입가로 흘러내렸다. 벌써 1년째 대학병원에서 입원과 통.. 더보기 ‘부부 불화의 씨앗’ 호승지심 승부에서 지고 싶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시비나 갈등이 생기면 이기고 싶은 호승지심(好勝之心)이 있다. 그런데 유난히 이런 기운을 강하게 타고난 체질이 있다. 이는 사무적인 관계나 대외활동을 할 때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가정에선 때로 불화를 부르기도 한다. 불임으로 내원한 30대 중반의 부부. 둘 다 검진상 문제는 없었다. 시험관아기 시술도 두 차례 받았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아내는 태음인, 남편은 소양인이다. 남편은 직장내 평판도 좋고 유머감각이 뛰어나 밤이고 주말이고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좀처럼 집에 있지 않는다. 아내는 남편 이야기에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한다.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그동안 남편에게 섭섭하고 억울한 게 많은 눈치다. 불임 외에도 만성적인 두통과 어깨결림, 수족냉증을 함께 호소했다. .. 더보기 불통 부모에 ‘분노의 역류’ 철혈재상으로까지 불렸던 독일의 비스마르크. 그 역시 왕 앞에서는 감정 표출을 자제해야 했다. 집에 돌아와 아끼던 값비싼 화병을 바닥에 던져 박살냄으로써 겨우 분노를 진정시키곤 했다. 틱장애로 내원한 초등 4학년생. 유치원생 때 시작되어 조금 덜해졌다가 최근 갑자기 심해졌다. 눈뿐만 아니라 코와 입까지 찡긋거린다. 아이의 손톱 주변에는 여기저기 물어뜯은 흔적이 있고, 멀쩡하다가도 감정에 따라 토하는 일도 잦다고 했다. 아이는 안정제 복용과 미술, 놀이치료도 받았지만 점점 심해졌다. 학원 수강 과목이 10개나 되었다. 물론 학습량이 많다고 무조건 틱장애가 오는 것은 아니다. 과중한 학습량도 촉발원인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부모와 아이 간 ‘일방소통’의 문제가 더 크다. 아이의 수준과 감정에 대한 배려없이 ‘남.. 더보기 이전 1 ··· 6 7 8 9 10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