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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學/한방춘추

태음인 아이에겐 ‘판다 대드’


엄하게 키워야 ‘엄친아’가 된다. 미국 명문대 여교수의 이른바 ‘타이거 맘(Tiger Mom)’ 지론이다. 자녀가 공부를 게을리하면 밥도 주지 않는 혹독한 방식이다. 그녀의 화려한 학력과 그렇게 키운 딸의 명문대 진학으로 세계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에선 자녀의 자율권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판다 대드(Panda Dad)’도 등장했다.

야뇨증으로 내원한 한 초등학생. 유치원 때 시작돼 벌써 몇 년째 반복되지만, 병원 검사에선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체격이나 식욕도 좋고 학교생활에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단순한 질문들에도 엄마의 눈치만 살필 뿐이다.

원인은 엄마의 엄한 훈육에 있었다. 엄마는 “아빠가 부드러운 편이라 나는 엄한 편”이라면서 “야단친 날 밤에 자주 소변을 지린다”고 말했다. 대학교수인 엄마는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 학위논문을 쓰느라 여유가 없었고 아이를 혼내는 일이 많았다. 요즘에도 학습태도를 잡아주느라 지적할 일이 많았고, 아이의 야뇨증도 다시 심해졌다.

아이 체질은 태음인. 성실하고 꾸준한 성품은 타고났지만, 순발력은 느리다. 항상 첫 단추를 끼우기가 어렵다. 첫 학기, 첫 수업 등 낯선 환경을 접할 때는 과도하게 긴장한다. 타이거 맘의 엄한 훈육이 아니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적절한 격려가 필요하다.

소양인은 정반대다. 순간 판단력과 적응력이 좋아 어디에 내놔도 크게 긴장하지 않는다. 야단맞아도 좀체 주눅들지 않고, 부모나 어른들보다 눈치가 빨라 오히려 걱정이다. 즉 타이거 맘은 소양인 아이에게 적합한 훈육방식이다.

그런데 엄마는 칭찬에 인색했다. 그나마 칭찬할 때도 지나가는 말투로 슬쩍 건네는 정도다. 대신 야단칠 때는 아이의 두 눈을 마주보며 엄하게 지적했다. 엄마는 “아이가 자만할까봐 칭찬을 일부러 아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는 편안함 대신 적대적 모성 앞에 불안과 긴장이 고조되어 야뇨증이 생긴 것이다. 훈육 내용의 옳고 그름보다 아이는 야단맞는 분위기를 더 강렬하게 받아들인다.

엄마는 아이에게 혼신을 다하는 좋은 엄마라 자부했는데, 자신으로 인해 아이가 힘들었다는 설명에 공감하고는 눈물을 글썽였다. 자신 역시 친정 어머니로부터 따뜻한 애정을 받지 못해서인지, 누구보다 잘 키우고 싶다는 생각뿐 단 한 번도 엄한 훈육이 과할 수 있다고 의심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노력의 크기보다 방향에 대한 전환이 필요했다. 아이의 사소한 행동에도 칭찬할 여지가 있으면, 아이의 두 눈을 마주보며 진심을 담아 자주 칭찬하라고 조언했다. 야단칠 때도 따뜻함을 잃지 말고 타이를 것을 권했다. 궁극적으로는 ‘엄마는 항상 내 편’이라는 무언의 안정감을 느껴야 야뇨증도 낫는다.

타이거 맘 열풍이 유행처럼 회자되지만, 명문대 진학이라는 결과물이 곧 자녀교육의 ‘성공’으로 등식화할 순 없다. 밤하늘의 화려한 불꽃놀이가 모두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지만, 일순간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는 순간의 채색일 뿐인 것처럼.

남의 열매만 부러워하면 중심을 잃고 만다. 그들과 상황이 똑같을 수 없다. 무엇보다 자식의 타고난 기본 성향부터 알아야 한다. 여기에 균형을 찾기 위한 적절한 훈육, 즉 ‘중용’의 미덕이 보다 더 온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