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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學/한방춘추

최상의 살빼기는 ‘배꼽시계’대로 먹는 것


‘내 생에 마지막 다이어트.’ 살 빼려는 이들의 한결같은 희망사항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내향적 기질로 스트레스를 외부로 발산하지 못해 식탐이 강해지는 체질에선 비만은 평생 과제다.

폭식증으로 내원한 20대 직장 여성. 저녁식사 후에도 야간에 음식이 또 당기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여지없이 폭식한다. 아침엔 얼굴이 퉁퉁 붓고 손이 뿌듯해져 오므리기가 힘들다. 다이어트와 요요현상이 반복되어 몸무게는 50~70kg 사이로 널을 뛴다. 최근엔 먹고 나면 일부러 토한다. 생리통과 피부트러블은 물론이고 벌써 전신 관절염까지 찾아왔다.

그간의 다이어트 방법들이 문제였다. 식단표대로 거의 굶다시피 했다. 전문가들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풀뿌리 + 닭가슴살’이 대세다. 여기에 운동 처방이 더해진다. 굶는거나 마찬가지니 처음엔 체중이 준다. 그러나 언제까지 저칼로리 식단표대로 버틸 순 없다. 음식에 대한 갈증과 욕구불만은 눈덩이처럼 커지다가 결국 요요로 폭발된다.

특정 음식 한가지만 먹는 ‘원 푸드’, 저칼로리로 포만감만 주려는 ‘선식’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단기간내 신체적 관점만 본다면 ‘단식’이 차라리 최고다. 굶으면 무조건 빠진다. 그런데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계속 실천할 수 없고 정신적 억압은 오히려 증폭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루 3끼를 꼬박 먹는 건 어떨까. 배고픔이 없는데 끼니 때라고 챙겨먹은 음식은 고스란히 잉여 열량이 된다. 결국 지방으로 전환되어 다시 살로 가니 다이어트는 실패다.

결론은 ‘배꼽시계’대로 먹어야 한다. ‘머리’가 아닌 ‘몸’의 순리에 따라야 한다. 끼니 때를 정해놓고 먹는 것은 순리가 아니다. 늘 배고프게 과한 노동을 하던 농경시대 식습관이다. 그 시절도 활동량이 적은 선비는 ‘1일 2식’을 권했다. 반면, 농부는 새참까지 먹어도 살찌지 않았다.

배고프지 않으면 먹지 않아야 한다. 아직도 체내에 미처 소모되지 않은 열량이 남았기 때문이다. 이럴 땐 몸이 보내는 신호를 머리가 존중해주어야 한다. 맹수들은 육식만 하는데도 살찌지 않는다. 배꼽시계대로 먹기 때문이다. 배가 다시 꺼질 때까진 사냥하지 않는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이고 이를 거스르면 살이 찐다.

그런데 인간은 종종 몸이 아닌 마음이 불편해서 폭식을 한다. 현대인의 난제다. 특히 태음인은 일상의 우울감과 욕구불만이 식탐으로 이어진다. 방금 먹고 돌아서면 다시 허전해 주전부리를 찾는 식이다. 이는 몸이 아닌 스트레스로 상처받은 마음이 꾸며낸 신호다. 이땐, 음식 자제 노력만으로는 해소되기 어렵고 치료가 필요하다.

환자에게는 기초대사량을 증가시키고 폭식으로 늘어난 위를 조여주는 한약을 처방했다. 배꼽시계대로 자연스레 덜 먹게 되지만, 먹을 땐 반드시 그때그때 먹고 싶은 양질의 음식을 먹어 욕구불만이 형성되지 않도록 했다. 살도 많이 빠졌지만 무엇보다 건강의 적신호들이 함께 호전됐다.

이후에는 1년에 한 두 번 스트레스로 식탐이 생기면 잠깐 치료받는 것으로 자신이 원하는 몸무게를 수년째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비만치료는 당장 끝을 보려는 과욕보다, 끝은 피하겠다는 인식이 현명하다. 세상살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