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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춘추

잃어버린 마음을 붙들어라 맹자는 “진실로 기르는 기회를 얻으면 자라지 않는 것이 없고, 진실로 기르는 기회를 잃으면 소멸하지 아니하는 것이 없다”고 일갈했다. 공자 역시 “붙잡으면 보존되고 놓아두면 없어지며, 나가고 들어오는 것에 일정한 때가 없어 그 방향을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우울증, 화병 등 현대인들이 겪는 다양한 심신의 문제는 마음의 갈등이 몸으로 나타난 경우다. 이를 몸에서만 원인을 찾으면 잘 낫지 않는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문제는 도외시하기 쉽다. 대신 몸이나 물질의 영역에서만 해답을 찾으려 한다. ‘물질만능’과 ‘기계론적’ 가치가 대세다. 일례로 국립암센터의 ‘10대 암예방 수칙’만 봐도 그렇다. 짠 음식, 탄 음식, 조기건강검진 등에 대한 내용은 있어도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 더보기
사무치는 억울함, 큰 병 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방 상하고 만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처음 함께한 좋은 뜻도 시간이 지나면 그 뜻이 다하기 마련이다. 이 때 다한 뜻을 부여잡고 놓지 못하면 고통만 따른다. 불면증이 심해 수면제도 소용없다는 중년 여성. 백화점 판매사원인데 얼마 전 갑자기 해고통지를 받은 날부터 뒷목이 뻣뻣해지면서 머리도 몽롱하다. 목과 가슴에는 뭔가 콱 걸린 것 같고, 식욕이 뚝 떨어져 1주일 사이 체중이 3㎏ 줄었다. 작년 대비 매출부진과 근무태만을 이유로 해고당했다는 그는 “아무리 비정규직이지만 4년씩이나 열심히 일했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해고냐. 무슨 방법이 없느냐”며 한참을 억울함부터 호소했다. 화병형 불면증이다. 상처의 원인이 된 환경으로부터 ‘싸울지 도망.. 더보기
‘나 때문이야’와 갈등 치유 부부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다고 따로 떨어져 평행선만 달리는 건 아니다. 언제나 같은 곳을 향하고, 모든 짐을 함께 나눠 지며, 하나의 축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부부 한쪽의 문제만 놓고 책임공방을 벌이는 건 무의미할 때가 많다. 부부갈등으로 내원한 60대 노부부. 남편은 편두통, 아내는 화병으로 내원했다. 수개월 전부터 시작된 할아버지의 주사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술에 만취해 며느리가 보는 앞에서도 욕을 한다. 처음에는 사소한 부부싸움이었다. 적금통장을 보여 달라는 요구를 무시당한 게 발단이었다. 그 뒤로 술만 취하면 “바람이 나서 돈을 빼돌렸느냐”며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또 ‘꿈에서 바람을 피웠다’며 할머니를 들들 볶았다. 점점 심해져 이제는 진통제며.. 더보기
버럭 소리 지르는 분노조절장애 넓고 크고 올바른 기운인 호연지기(浩然之氣). 사상의학에선 호연지기가 강해야 건강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호연지기 이전에 본능적 욕구인 호연지리(浩然之理)를 바르게 분별하는 것이 우선이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내원한 40대 남성. 속이 쓰리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식욕과 소화력이 예전 같지 않다. 몇 개월째 약을 먹는데도 별 차도가 없다. 환자의 아내는 “몸이 쇠약해지면서 남편이 심하게 화내는 일도 잦아졌다”고 걱정했다. 사소한 의견 차이에도 갑자기 소리부터 버럭 지른다. 환자는 “나도 모르게 순간 감정제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일종의 분노조절장애다. 억눌린 감정들이 그 한계를 넘어서면 부적절한 때와 장소, 대상을 향하여 폭발한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격이다. 그 원인을 ‘한강’이 아닌 ‘종.. 더보기
두통·수면장애, 마음을 살펴라 “선비야말로 자신을 가장 경계할 줄 모르는 부류다.” 이제마는 항상 머리로 지식을 연마하는 선비가 오히려 몸으로 노동만 하는 농부보다 자기내면으로의 성찰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유는 ‘파독서(頗讀書)’다. 하나라도 마음에 새기려는 농부와 달리 선비는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비뚤어지게 책을 읽는다. 결국 자긍심만 강해져 자기 마음은 놓친다는 설명이다. 만성두통과 수면장애로 내원한 여성. 환자는 “10년째 병이 낫질 않는다”고 말했다. 신경과에서 뇌검진까지 받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환자는 “신경과의사의 권유로 정신과도 갔지만 정신과 약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중단했다”고 말했다. 여러 병원 가운데 어디서도 치료해주지 못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두통과 수면장애는 몸에 구조적 이상이 없다면 심리적 원인.. 더보기
기면증도 고치는 긍정의 힘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옳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다.” 시비를 분명히 가리자면 언뜻 모순되는 말이다. 그러나 이 속담에는 갈등을 피해가는 조상들의 지혜가 녹아있다. 심각한 체력저하로 학업까지 중단했다는 대학생. 하루 10시간을 넘게 자도 계속 피곤해 휴학까지 했다. 그런데 환자의 호소에는 마치 남 이야기하듯 절박함이 묻어나지 않았다. 대신 엄마는 “오후 5시에 잠들어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도 못 일어난다”고 답답해했다. 환자의 체질은 태음인. 의사표현을 우회적으로 할 때가 많다. 그렇게 해서도 관철되지 않으면 결국 몸으로 반응이 나타난다. 환자는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신체반응은 더 강력한 무의식적 의사표현이다. 상담결과 원인은 아버지와의 갈등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강박적 성향.. 더보기
배려도 체질따라 하라 배려(配慮). ‘짝이나 아내(配)를 생각해준다(慮)’는 뜻이다. 그러나 자신이 주고 싶은 대로 주고 배려했다 착각한다. 때론 상대에겐 구속이자 간섭일 수 있다. 그래서 공자는 “상대가 노래 부를 때 노래를 잘하거든 반드시 한 번 더 부르게 하고, 그 뒤에 답가를 불러라”라고 말했다. 배려의 참의미를 되짚어보게 만든다. 만성 두통과 체력저하로 함께 내원한 중년부부. 화병 양상까지 보이는 아내는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라며 한숨부터 내쉰 뒤 지난 10여년간의 부부갈등을 털어놨다. 남편과는 사사건건 의견차이가 생긴다. 마트에서 물건 하나 사는 것부터 자녀 교육방식까지 ‘부부가 어쩌면 이렇게 생각이 다를까’ 싶다. 아내는 “내 의견을 말하면 결국 언쟁이 되기 때문에 늘 참고 맞춰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더보기
‘불안의 고통’ 다스리기 멈출 수 없는 총알이 관통할 수 없는 벽에 가서 닿은 순간이다. 막연한 불안의 두려움을 칼 융은 이같이 표현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은 성장한다. 그래서 불안은 두려움인 동시에 현재의 자신보다 훨씬 더 큰 곳으로부터 초대받은 긍정적 순간이라고도 말한다. 불안장애로 내원한 30대 직장인. 그는 “사무실에 있으면 마치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감에 휩싸인다”면서 “도대체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수개월째 같은 증상이 계속되면서 소화불량과 불면증, 성욕감퇴까지 함께 호소했다. 대부분의 병적 불안은 환자처럼 스스로 원인을 찾지 못한다. 개인적 원인이 분명 존재하지만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기 때문이다. 분석결과, 직장을 옮기는 문제가 원인이었다. 현 직장이 늘 비전.. 더보기
구취, 마음의 피로가 숨은 원인 학문은 곧잘 산을 쌓는 것에 비유된다. 공자는 “한 삼태기를 더 쌓지 못하고 그만두는 것도 내가 그만두는 것이며, 마지막 한 번까지 이루는 것도 내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문은 남을 위한 것도, 남이 대신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님을 강조했다. 심한 입냄새로 학교생활이 어렵다는 대학생. 치과와 이비인후과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다. 환자는 “속이 답답해지면 아무리 양치를 하고 껌을 씹어도 소용이 없다”고 호소한다. 또 “토론 수업이 많은데 친구들이 얼굴을 찌푸릴 정도라 어쩔 수 없이 휴학했다”고 말했다. 한의학에서 구취(口臭)는 구강질환이 없다면 ‘식적(食積)’과 ‘심지로(心之勞)’에서 원인을 찾는다. 식적이란 음식이 정상적으로 소화되어 내려가지 못하고 위장에서 오래 정체되는 현상이다. 어정쩡하게 .. 더보기
겉보기와 진짜 체질은 반대일 수도 표리부동(表裏不同). 사람도 사물도 항상 겉과 속이 일치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면을 관찰하려는 노력에는 늘 심신의 고단함이 뒤따른다. 결국, 본질보다 겉만 보고 속단하기 쉽다. 보약을 짓기 위해 내원한 모녀. 엄마는 대뜸 “나는 몸이 냉하고, 딸은 열이 많은 체질이니 이에 맞게 처방해달라”고 요구한다. 엄마는 날씨가 조금만 추워지면 수족냉증이 심해지고, 딸은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 뜨끈뜨끈 열이 난다는 것이다. 물 한잔도 엄마는 따뜻한 것을, 딸은 찬물만 찾는다. 그래서 엄마는 항상 인삼이나 홍삼을 달고 살았고, 딸은 삼계탕도 못 먹게 했다. 한의학에서 한열(寒熱) 진단은 매우 중요하다. 한증과 열증에 각각 뜨겁고 차가운 성질의 약으로 조화를 맞추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엄마의 진단은 옳았을까. 흔히 손발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