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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學/멘탈 동의보감

화려한 외출 꿈꾸는 ‘소양인’ 싸이


▲ 가수 싸이

가수 싸이는 소양인이다. 소양인은 감정이 우월하고 사고가 열등하다. 감정이란 나 이외의 주변 분위기를 파악하는 능력이고, 사고는 나 자신의 내면으로 생각해 들어가는 정반대의 정신에너지다. 결정적 가치판단도 소음인은 ‘내 생각’을, 소양인은 ‘타인의 감정반응’을 우선시한다.

그래서 싸이의 인터뷰에는 유독 ‘상대방’이라는 표현이 잦다. 그는 “사랑은 내가 생각한 진심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수가 된 계기 역시 ‘상대방’이 웃고 행복해하는 걸 보는 게 좋아서다. 또 “어릴 때부터 다수의 이성이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너무 강했다”고 말한다.

그의 음악관 역시 마찬가지다. “ ‘상대방’이 원하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상대는 고려하지 않고 ‘자기 만족’을 말하는 가수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그럴려면 음반을 왜 내느냐”고 반문한다. 가치판단의 우선기준이 소음인과 정반대다.

싸이의 공연목표는 오로지 “관객들이 본전 생각나지 않게 하는 것”이란다. 어떤 의미나 메시지를 담을까보다는 상대가 그 순간을 즐거워할까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공연마다 여가수 패러디와 우스꽝스러운 퍼포먼스도 마다하지 않는다. ‘강남스타일’ 역시 “예전의 양아치스러운 음악으로 돌아가고 싶어 선택한 곡”이라고 말한다. 만약 소음인 가수라면 양아치스럽다는 표현은 자존심이 상해 펄쩍 뛸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양인에겐 내용보다 다수의 감정적 호응이 우선이다. 싸이는 두 번째 군 입대를 앞두고도 ‘군대 가서 어떤 춤을 추면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까’라는 고민부터 했다고 한다.

이런 외향성은 타고난다. 학창시절 매를 맞을 때도 “아이고 학생 죽어요~”라며 한 대 맞을 때마다 아픈 표정을 리얼하게 지었다고 한다. 타인의 시선과 공감을 얻기 위한 본능적 몸부림 때문이다. 그러나 외향적 가치를 추구할수록, 본질이나 복잡한 사고 또는 겉으로 빛나지 않는 일은 외면하게 된다. 그는 “무대란 죽어도 상관없는 곳”이라면서도 “아빠나 남편 등 가정적인 단어는 나랑 안 맞는다”고 말한다. 심지어 “(가장 역할에 충실하면) 필이 떨어져 가족이 굶게 될 것”이라면서 “미혼 남녀들과 어울리며 적당량의 밤공기를 마셔야 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외향적 욕구가 강한 소양인의 자기 합리화다. 동시에 소양인을 남편으로 둔 아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화병으로 내원한 한 소음인 주부도 소양인 남편과 아들 때문에 속을 끓인 경우다. 남편은 늘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보다 친구들과 밖에서 시간을 보낸다. 아들 역시 머리는 좋은데 진득하게 공부할 기미가 없다.

소양인은 내면으로의 몰입을 요하는 학업이나 가정생활보다는, 외향적 가치가 꿈틀대는 무대와 박수를 꿈꾼다. 환자는 “결혼 전엔 재밌는 남자라 좋았는데, 지금은 너무 후회스럽다”며 울먹인다. 눈치 9단 소양인의 유쾌한 매력이 지금은 가장 큰 고통으로 돌아온 셈이다. 반면 지금은 못마땅한 아이 기질 때문에 훗날 크게 웃게 될지도 모른다. 싸이처럼 말이다. 공부만 강요했다면 오늘날처럼 성공한 싸이는 없었을 것이다.

싸이는 행복을 ‘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가수와 남편, 아버지로서 말이다. 그러나 이는 소양인의 모순된 심리다. 화려한 외출을 꿈꾸며 가정 또한 빈틈없길 꿈꾼다. 밤하늘의 화려한 불꽃놀이 뒤의 공허함 또한 없길 바라는 식이다.

환자 역시 마찬가지다. 안과 밖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강요할 순 없다. 남편과 아들이 바뀌지 않는다고 가슴만 칠 것이 아니라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물고기와 곰발바닥, 둘 다를 얻을 수 없다면 물고기는 포기하고 곰발바닥을 택하겠다(舍魚而取熊掌者也)는 맹자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