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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學/멘탈 동의보감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해주는 연꽃



최근 연꽃 열매인 연밥이 치매 치료에 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소개됐다(경향신문 2월7일자 보도). 치매에 걸린 쥐 중 연밥추출물을 먹인 쥐가 먹지 않은 쥐보다 미로 찾기 실험에서 탈출구를 훨씬 빨리 찾았다는 내용이다. 우울증에 이어 중추신경계 퇴행질환인 치매에도 효과가 입증된 것이다.

연꽃은 비단 열매에만 약효가 있는 것이 아니다. 식재료인 연근은 토혈을 그치고 어혈을 풀어준다. 연근 껍질만 갈아서 양의 피가 담긴 용기에 떨어뜨리면 시간이 지나도 피가 잘 엉기지 않는다는 당시 실험을 허준은 <동의보감>에 전하고 있다. 또 중국 금나라·원나라 시대 4대 명의인 이동원은 소화기가 약한 거의 모든 환자에게 연잎을 처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외에도 연꽃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연밥의 싹인 연의는 곽란에 탁효가 있다. 연밥은 ‘연자육’이라는 약재명으로 오장육부의 기를 보강하는 동시에 정신신경계 안정효과가 뛰어나다.

이제마 선생은 ‘연자육’을 특히 중요한 약으로 꼽았다. 자신의 속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삭이는 성정인 태음인들의 화병이나 울증을 해소하는 데 사용했다. 특히 마음고생을 오래해 가슴 두근거림, 식욕부진, 불면, 식은땀, 위장장애 등 전신쇠약이 동반될 때 꼭 필요한 약이다. 태음인이라면 공황장애나 불면증, 강박증 등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다만, 소음인이나 소양인이 복용하면 위장장애나 변비가 심해진다.

이처럼 연은 어느 부위 하나 버릴 것 없는 요긴한 약재다. 그러나 연이 전하는 미덕과 메시지는 따로 있다. 연은 결코 맑지 않은 연못 속 진흙바닥에 뿌리를 내린다. 꼭 맞는 토양과 기후조건이 아니면 열매는커녕 싹조차 피우지 않는 까탈스러운 여느 약초들과는 다르다. 그렇다고 진흙탕 속의 모든 것을 분별없이 탐욕스럽게 다 빨아들이지도 않는다. 자신의 환경을 탓하지 않기에 줄기와 잎은 비와 물에도 젖지 않는다. 더 많이 채우기보다 자신의 뿌리부터 비워나감으로써 맑은 기운만 받아들인다. 기어이 차가운 물속을 뚫고 세상으로 나아가 꽃피우고 열매 맺는다. 이 역시 꽃대 하나에 오직 하나의 꽃만 피운다. 불리한 여건에도 자신이 꼭 필요한 것만 받아들이는 소탈함이 결국,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세상에 이로움을 전한다. ‘탐욕 있는 사람들 가운데 있으면서, 탐욕에서 벗어나 즐겁게 살라’는 법구경 가르침과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우울증이나 화병 등으로 고통받는 이들 중에는 끊임없이 주변을 탓하며 주저앉아버린 경우도 있다.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으로 번번이 직장을 관둬야 하는 30대 여성. 좋은 스펙에 준수한 외모까지 갖췄지만, 이면엔 부모에 대한 분노와 어두운 그림자로 가득하다. 부모 때문에 생긴 성격을 탓하며 세상과 담을 쌓으려 한다. ‘더 좋은 부모를 만났더라면…’ 하고 원망한다.

한 산후우울증 환자는 “내가 못 받고 자란 만큼 내 자식에겐 최고로 해주고 싶은데 남편 월급으론 어림없다”고 절망한다. “성격도 좋고 착실하지만 남편이 조금만 더 경제력이 좋았다면…”이라며 울음을 터뜨린다.

대기업 퇴직 후 갑작스러운 불면증에 시달리는 50대. 국민연금과 주식 수입으로 노후계획을 세웠는데 보유한 주식 가치가 뚝 떨어진 뒤 불안 때문에 생겼다. 그럼에도 “유럽발 금융위기만 없었어도…”라며 한탄만 할 뿐,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어떤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다.

흔히 ‘대통령만, 정치인만…’이라며 울분을 쌓아가는 이들도 있다. 몸에 쌓인 울화를 푸는 데는 연꽃 열매가 도움을 주지만, 더 귀기울여야 할 건 연꽃이 뿜어내는 향기다. 이미 주어진 여건을 탓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여기서부터 한 발 나아갈 용기 말이다. 그곳에 행복이 있음을 연꽃은 오래전부터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