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나이 사십엔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말은 외모를 떠나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의미한다. 이 논리대로라면 남자는 배우자의 얼굴까지 책임져야 한다. 삶을 함께하는 배우자의 안색 역시 남편의 인격과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혼 5년차의 30대 부부가 내원했다. 아내는 “살이 쪄 힘들다”는 말 한마디 후 계속 눈물만 흘린다. 남편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자 그제야 “남편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남자답고 똑부러지는 성격이 매력이었는데, 막상 결혼하니 그 때문에 매번 싸운다고 한다. 태음인 아내와 소음인 남편 간의 갈등이다. 자기확신이 강한 소음인은 ‘내 길’만 고집하는 성격이다. 사소한 것 하나도 자기 뜻대로 해야 한다. 마트 물건 하나도 미주알고주알 간섭한다.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부인의 생각은 틀렸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며 이기려 한다.
태음인 부인은 속내를 감추고 처음에는 맞춰준다. 싫은 내색을 하면 더 큰 언쟁으로 이어지기에 그냥 참고 만다. 또 말을 해봐도 남편이 변화가 없으니 그냥 포기하게 된다. 흔히 벽하고 말하는 것 같다고들 한다. 그러나 번번이 좌절되면 울화가 쌓이게 마련이다. 그런데 소음인은 이를 자기 주장이 옳아서 부인이 받아들였다고 해석한다. 소음인은 논리로 상대를 이기려 하고, 태음인은 조리 없이 인정에만 매달리다 점점 앓아간다.
태음인은 사단 중에서 희성(喜性), 소음인은 락성(樂性)을 타고난다. 희성이란 외부의 변화를 일단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기질이다. 락성은 변화에 대해 옳고 그름을 먼저 따진 후 그 결론만 받아들인다. 그래서 소음인은 명쾌하고 논리적 성향이 강해지고, 태음인은 두루뭉술하고 대략 아우르려 한다. 어느 한쪽만 도드라지면 누군가는 상처받고 앓아눕는다. 특히 한국적 정서에선 태음인 아내가 상처받기 쉽다.
남편의 협조가 중요하다. 남편에게 지금껏 ‘옳다 그르다’고 여겼던 것이 대부분 자신이 ‘좋고 싫음’에 채색한 것임을 설명했다. 항상 상대와 더불어 좋은 방향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옳고 그름’만 따지면 결코 양보가 되지 않는다. ‘틀린 것을 왜 해야 하나’라는 자기모순이 생긴다. 그래서 소음인은 단지 자신이 하고 싶거나 하기 싫은 것을 강변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대뜸 남편은 “세상에 옳고 그름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구체적 예를 든다. 설거지나 방 청소도 자신은 바로 바로 하라 재촉하는데, 아내는 미뤘다 한꺼번에 하려 해서 자주 싸운다고 한다. 당연히 보기에도 그렇고 위생적으로도 옳고 그른 게 왜 없냐고 말한다. 서로 좋고 싫음이 다른 것을 이해 못하는 남편은 자기 확신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했다.
맞벌이 아내가 힘들다면 옳고 그름을 머리로 따지기보다 몸으로 먼저 도와주면 안될까. 남편은 “너무 철학적이라 좀 더 신선한 설명을 해달라”며 딴청을 부린다. 달을 보라고 해도, 가리키는 손가락이 길다 짧다라며 딴지만 거는 식이다.
소음인 남성들은 알아야 한다. 지금껏 자신의 뜻대로 되어진 것은 항상 옳아서가 아니라 주변 태음인들이 삭이고 참아줌으로써 마찰 없이 돌아갔다는 사실을 말이다. 생각이 다른 배우자가 앓아누우면 자신은 승자가 되는 것인지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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