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속물이라 저보다 100만원이라도 더 벌지 않는 남자는 남자로 안 보여요.” 개그우먼 출신의 탤런트 안선영씨가 최근 방송에서 이 말을 한 뒤 후폭풍이 컸다. 그는 또 “집안이나 외모는 안 따져도 연봉이 저보다 100만원이라도 많아야 존경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방송 후 ‘결혼과 배우자를 돈으로만 판단한다’, ‘연예인이 돈 좀 번다고 100만원을 우습게 여기느냐’는 호된 질책이 잇따랐다.
안선영씨의 가치관이나 표현방식은 소양인의 전형이다. 소양인은 타인과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는 감정기능이 우월하다. 대신, 자기 내부로 향하는 사고기능이 열등하다. 자신만의 주관적 생각이나 가치보다는 늘 외부의 객관적 기준을 중요시한다. 소음인은 주위의 반대에도 자기 사고와 결론이 옳다고 여기면 밀고 나간다. 반면, 소양인은 남들이 어떻게 바라볼까에 먼저 관심을 기울이고 다수의 분위기를 따라간다. 그래서 소양인은 ‘숫자’와 ‘통계’에 민감하고, 소음인은 ‘개념’이나 ‘논리’를 중시한다. 각각 외향과 내향적 가치다.
소양인에겐 판매부수만 많으면 1등 신문이고, 시청률이 높으면 좋은 프로그램이다. 그 이면의 내용이나 가치는 중요치 않다. 세일에 가장 민감한 것도 소양인이다. 물건의 질이나 당장의 필요 여부 등 내용적 측면은 다음 문제다. 깊은 사고를 요하는 철학적 질문은 질색이다. 글씨만 빼곡한 책은 냄비 받침대나 베개 용도일 뿐이다.
안선영씨의 발언 역시 소양인의 외향적 가치관이 여과없이 드러난 것이다. 결혼에 대한 자기고유의 내면가치보다는 세상이 좇는 외적 기준을 우선한다는 점을 돈과 숫자로 치환해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다.
소음인은 ‘자신의 기준에’ 충족되는 이상형을 꿈꾼다. 반면, 소양인은 ‘남들이 보기에’ 괜찮을 만한 사람이 내 이상형이다. 소양인은 남들 평가가 먼저고 그 다음에 자기 생각이 결정된다. 만약, 여의사가 백수건달과 주위에서 모두 말리는데도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르렀다면, 그녀는 소음인이다. 소양인 여성에겐 확률 낮은 이야기다. 소양인은 불타는 사랑 없이도 얼마든지 결혼할 수 있다. 세속적인 기준에서는 오히려 조건 좋은 배우자를 고른다.
소양인의 판단기준은 늘 외향적 가치다. 한 환자는 자신의 체질을 소양인이라고 일러주자 “TV에도 나오는 유명한 한의사 3명은 모두 태음인이라고 하던데…”라며 “그러면 3:1이니 태음인이 맞겠네”라고 말한다. 어떤 점이 소양인인지, 왜 태음인은 아닌지 시시비비엔 관심이 없다. 한 소양인 보호자는 아내의 심각한 우울증을 두고, 왜 우울증이 생겼는지 어떻게 도와야 치유되는지는 관심이 없다. 치료기간과 비용부터 묻는다. 한마디로 ‘우울증이 얼마의 돈으로 얼마 만에 치료되나’라는 외향적 가치인 숫자로만 바라본다.
물론, 소양인의 외향적 기질은 훌륭한 장점도 된다.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 개그맨 중에는 소양인이 단연 많다. 그러나 부족한 사고기능이 보완되지 않아 늘 문제가 된다. 유쾌함 이면에는 타인의 콤플렉스를 웃음의 소재로 삼기에 소수의 누군가가 상처받기 쉽다. 소양인은 늘 다중으로부터 박수받는 삶을 꿈꾼다. 그러나 부족한 사고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주고, 결국 그 상처가 자신에게 비수로 되돌아온다. 안선영씨 역시 ‘웃기고 시청률만 높아지면 그만이지’라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맹자는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노력이 없다면 참다운 인간이 못된다(無是非之心 非人也)’고 했다. 이제마는 ‘소양인은 지적인 노력을 도외시하고 그저 겉만 꾸미면 경박한 인간이 된다(棄智而飾私者 薄人)’고 경고했다. 네 가지 마음을 지칭하는 사단(四端), 그것은 팔다리와 마찬가지라고 했다. 어느 한 가지가 부족한 것은 팔다리 중 하나를 잃는 것과 다름없다는 선현들의 충고다. 예나 지금이나 체질 불문하고 ‘사가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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