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호의 체질은 뭘까? SBS <짝>에 출연한 남자 1호는 여자 5호를 무척 좋아한다. 데이트 신청도 애정 표현도 적극적이다. 상대를 알아가는 탐색과정은 생략하고 시종일관 여자 5호에 대한 구애가 저돌적이다. 새 옷도 과감히 바닥에 깔아주고, 구애를 담은 자기만의 가사로 노래도 불러준다.
그런데 여자 5호는 “순수하지만 농담 코드가 안 맞고 대화가 어렵다”며 부담스러워했다. 결국 남자 1호는 여자 5호의 중간선택을 받지 못한다. 그러자 남자 1호는 “황천길 가는 느낌”이라며 금방 표정이 일그러진다. 바닥에 드러누워 혼자 슬픈 노래를 들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다음날, 모두 늦잠을 자는데 남자 1호는 일찍 일어났다. 정성스레 샌드위치를 만들어 여자 5호의 방으로 들어간다. 자고 있는 여자 5호를 깨워 시식해달라고 요구한다. “태어나서 처음 만들어 본 샌드위치”라는 의미도 부여한다. 자다가 너무 놀라서 깬 여자 5호는 세수도 화장도 못한 채 이부자리에서 얼떨결에 샌드위치를 받아든다. 잠시 뒤 제작진에게 “일단 받긴 받았지만 고맙다기보다 배려심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 1호는 소음인이다. 자기 생각이 과해 타인의 감정을 살피지 못한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적절한 타이밍에 주기보다, 내 결론만 성급히 전달해놓고는 배려했다고 착각한다. ‘내가 널 좋아한다’ ‘내 생애 최초의 샌드위치’라는 자기 사고에만 젖어 상대의 입장과 기분에는 무신경했다. 결국 여자 5호의 최종선택도 받지 못했다. 사상의학에선 이런 배려의 문제가 대인갈등과 질병을 야기한다고 본다.
공황장애로 내원한 한 중년여성은 차를 타면 숨이 막히고 심장박동이 빨라져 죽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 첫 공황 발작은 1년 전 남편과 나들이가던 차안에서였다. 환자는 평소 배려가 부족한 소음인 남편에 대해 이미 서운함이 누적된 상태였다. 그런데 남편은 “운동도 안 하고 그렇게 집에만 처져 있어서 병이 안 낫는 것”이라며 또 상처를 줬다. 하루이틀 일도 아니어서 불편한 속내를 참으며, 결국 남편에 이끌려 탐탁지 않은 나들이를 나갔다. 차라리 혼자 있고 싶었지만, 남편의 배려를 무시했다는 불평을 들을까봐 그러지도 못했다.
환자의 남편과 남자 1호는 닮아 있다. 아내를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데 왜 아내는 원망만 하는지 오히려 그게 더 불만이다. 그러나 그 이면은 ‘나는 축 처진 당신 모습이 보기 싫다, 내가 당신을 위로해야겠으니 당장 내 위로를 받아들여라’는 마음이다. 소음인이 자기 사고에 빠진 채 내 마음 편하자고 상대가 원치 않는 것을 재촉해놓고 ‘배려했다’고 착각한 것이다. 결국 아내 배려보다 자기 기분 충족을 위한 나들이다. 아내는 ‘앞으로도 계속 이런 남편과 함께 살아야 할까’라는 내적 갈등과 불안감으로 공황 발작이 야기된 것이다.
이처럼 소음인은 자기 사고에 빠져 자신의 노력을 이해 못한다며 상대를 원망한다. “다시는 이런 배려를 해주나 봐라”거나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란 말이냐”며 짜증을 낸다. 언제가 타이밍인지 모르겠다면, 도와달라고 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대신, 도와달라고 할 땐 지체없이 도와주면 된다. 문제는 정작 도와달라고 할 때 소음인은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며 토를 달거나 자기 생각만 늘어놓기 바쁘다. 대신, 자기 기분이 내킬 땐, 또 오버하고 생색을 내니 상대로선 인간적인 신뢰가 쌓이지 않는다.
고통의 씨앗은 내가 옳다고 믿는 내용에서 출발한다. 특히 소음인은 자기 생각부터 비워야 진정한 배려가 나온다. 인삼이나 닭고기 등 소음인 음식을 가려 먹어서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내 머릿속의 옳고 그름을 비워 상대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는 것, 이제마는 이를 소음인 경륜이며 장수와 건강비결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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