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醫學/멘탈 동의보감

기질 다른 부부, 알콩달콩 사는 법


남녀는 타고난 기질이 달라서 매력을 느낀다. 그러나 결혼 후엔 그 다른 점 때문에 끊임없이 충돌한다. 서로를 자기 편한 대로 바꾸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맹자는 ‘자기 밭은 방치하고 남의 밭만 건드리려 하기에 병이 생긴다’고 말했다.

연예계에서 소문난 잉꼬부부 차인표·신애라씨. 타고난 기질이 극과 극인 이들 부부 역시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다. 신애라씨는 “결혼 초 매일같이 ‘집에 빨리 들어오라’는 남편 잔소리가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고 말한다. 신씨는 “밖에서 친구라도 좀 만나지 …” 했고, 차인표씨는 “여자가 왜 매일 뽈뽈거리며 밖으로만 도냐”며 서로를 이해 못했다. 옷차림 하나까지도 부딪쳤다. 아내가 민소매 옷을 입느냐 마느냐로도 설전을 벌였다. 신씨는 “우리 부부는 역할이 99% 바뀐 것 같다”고 말한다. 차씨도 “운전도 아내가 하고 나는 옆자리에 앉아 있다”면서 “나는 가구처럼 집에 조용히 있는 게 좋다”고 말한다.

신애라씨는 소양인, 차인표씨는 태음인이다. 사상의학에선 각각 ‘외승(外勝)’과 ‘내수(內守)’로 구분한다. 즉 소양인은 밖으로 나가 이기려는 기질, 태음인은 안에 머물며 지키려는 기질이다. 여기서 안팎은 단순한 공간 개념만이 아니다. 새롭고 낯선 변화의 대상은 밖이며, 익숙한 대상은 안이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차인표씨는 “가족과 동네를 산책하고 집에서 상추쌈 먹는 게 아주 행복하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차인표는 신애라랑 하루 세 끼를 꼭 함께 먹으려 한다’는 소문까지 났다고 한다. 반면, 신애라씨는 “나는 멀리 휴양지로 여행 가는 것도 행복하더라”며 웃는다. 영화 한 편 즐기는 것도 다르다. 신애라씨는 극장에서 보는 걸 매우 좋아한다. 그러나 차인표씨는 “비디오로 빌려서 캔맥주 사서 내 집 소파에서 보면 그게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심지어 본 영화를 또 봐도 아내와 함께라면 좋다고 한다. 태음인이기에 낯선 대상보다는 친숙한 대상들과 함께할 때 편하다. 물론 외향적 기질이 요구되는 연기는 어디까지나 일이자 의무다. 자연스럽게 즐기기보다는 긴장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일 외에는 친숙한 공간에 머물고 싶어진다. 이런 기질 때문에 중요한 판단 역시 소양인이 결정한다. 차씨는 누구랑 밥 먹는데 카드를 써도 되는지부터 정말 중요한 기로의 판단까지 아내의 결정을 따라왔다고 말한다.

신애라씨는 “남편은 낯가림이 심하고 어딜 돌아다니는 것도 싫어한다”면서 “상대방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더 궁금해하지 않고 ‘아~ 예~’ 하고 만다”며 웃는다. 그는 “우리 부부는 기질이 정말 다르다”며 “나는 밖에서 사람 만나는 게 너무 즐겁지만, 남편은 지칠 뿐이라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곳만 보다가, 그 차이를 이해하고 같은 방향을 보면서 어제보다 오늘이 점점 더 좋다고 한다.

결혼식은 처녀 총각의 장례식이다. 한 남성과 한 여성이 죽어야 부모로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각자의 환경에서 형성한 가치관은 둘이 하나 되는 순간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껏 내 밭에서 만들어 낸 ‘옳고 그름’의 기준이 과연 절대선(善)인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타고난 기질적 치우침과 성장과정에서의 자기보호 본능과 자기편의적 가치들이다. ‘집에서 볼 것인가, 영화관에서 볼 것인가’처럼 각자의 호불호다.

이를 두고 옳음으로 채색하는 순간, 상대의 방식은 틀린 것이 된다. 더욱 강하게 합리화하며 나의 옳음을 주장할수록, 그 이면에는 과거의 끈을 놓칠까봐 죽을 듯 겁내고 불안해하는 자아가 존재한다. 나란히 놓인 기찻길처럼 배우자의 기질을 인정하면서도 늘 같은 곳을 바라보는 부부 행복의 걸림돌은 그래서 내 밭에서 먼저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