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내내 침착함을 잃지 않아 ‘평온의 여왕’이자 ‘강철 멘털’로 불리는 골프선수 박인비. 그는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에서 3연승을 올렸다. 프로골프 역사상 두 번째로, 골프천재 타이거 우즈도 하지 못한 63년 만의 진기록이다. 이런 대기록을 세울 때도 그는 그 흔한 감격의 세리머니 한 번 없었다. 마치 남이 우승한 듯 담담한 표정으로 손인사만 살짝 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심장 박동조차 없는 사람”이라거나, ‘돌부처’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도 생겼다.
자기 속내 표현을 아끼는 태음인이다. 그는 “우승해 기쁘긴 하지만 표현이 잘 안된다”고 말한다. 원래 외향성이 떨어지는 태음인은 환경 변화의 긴장도가 가장 높다. 잠자리만 바뀌어도 불면증이나 변비가 오는 경우도 태음인이 가장 많다. 골프처럼 작은 실수로도 승부가 뒤바뀌는 긴장 상황엔 태음인이 가장 취약하다. 그럼에도 박인비는 ‘역전의 여왕’이라는 별명처럼 좀처럼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피말리는 연장전 승부에 더 강하다.
비결이 뭘까? 그는 “생각을 깊게 안 하는 것, 그것이 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잘라 말한다. 동료들이 “너무 대충 치는 게 아니냐”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박인비는 “머리를 비우고 그냥 평소대로만 할 때 최고 집중력이 발휘된다”고 강조한다. 이는 중요한 시험이나 면접에서의 비법과도 일치한다. 긴장과 불안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겠다는 과욕에서 출발한다. 큰 시험, 중요한 경기라는 외적 요인보다 내 실력 이상을 얻겠다는 내적 요인 탓이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이즈음 합격기원 기도회가 성황을 이룬다. 종교의 힘을 빌려서라도 ‘꼭’ 합격하고, 평소 실력 이상을 내게 해 달라는 기도가 과연 수험생에게 도움이 될까? “우황청심원이나 한약을 먹여야 할까요”라는 엄마의 걱정스러운 말은, 자녀에겐 긴장을 더욱 각인시키고 부담감만 키운다.
상당수의 합격 기도는 그 시선이 ‘과정’이 아닌 ‘결과’에 가 있다. 이는 고스란히 수험생 당사자에게 불안을 전염시킨다. 큰 시험이나 경기를 앞두고 ‘잘 쳐야지’ 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올까. 박인비가 말한 것처럼 ‘생각없이 평소대로!’가 실수를 줄이는 최고 비결이다. 차라리 ‘이미 네가 받을 점수는 결정났고, 컨디션 관리나 잘하라’는 담담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결과’를 자꾸 미리 떠올리면 불안은 끝없이 커진다. 대신, ‘결과는 하늘에서 내리는 것이니 내 알 바 아니다’란 태도가 필요하다. 나는 오늘 하루의 ‘과정’만 집중하면 된다. 말 그대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미래의 결과’가 아닌 ‘현재의 과정’에 집중할수록 불안과 걱정의 크기는 줄어든다.
박인비 역시 “컨트롤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확실히 구분하고, 컨트롤 가능한 것에 집중하는 것”을 연승 비결로 꼽았다. 불안과 걱정이 많은 이들은 이런 교통정리가 되지 않고 온갖 걱정이 마냥 혼재되어 있다. 결국 도망쳐 숨어버리거나 주변상황이 저절로 호전되기만 기다린다. 내가 당장 고민해서 달라질 것과 달라지지 않을 것부터 구분해야 한다. 달라질 것 중에선 다시 완급과 선후를 구분한다. 그리고 급한 것부터 당장 실행한다. 당장 할 일이 끝나면? 그 다음 할 일이 또 기다리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신경쓰고 불안해할 겨를이 없다.
“골프 실력에 비해 외모 때문에 스타성이 떨어진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박인비는 명쾌하다. 그는 “세상에 예쁜 여자는 많다. 예쁜 여자 보고 싶으면 그들을 보면 되고, 멋진 골프경기를 보고 싶은 사람은 나를 보면 된다”면서 “다이어트며 예뻐지는 건 은퇴 후에 해도 된다”고 정리했다. 모든 걸 다 잘하겠다는 노력이 아니라 포기할 것과 집중할 것, 당장 할 것과 나중에 할 것을 정확히 구분할 줄 알기에 ‘강철 멘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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