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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學/멘탈 동의보감

소음인은 몰입형…‘외골수’ 많아


▲ 홍준표 경남도지사


소음인의 타고난 정신구조는 좁고 깊다. 한 번 몰입하면 결론이 날 때까지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한다. 그러나 깊이 파고들수록 주변을 둘러보는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 번 내린 결론을 바꾸기가 좀처럼 힘들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역시 이런 기질을 잘 보여준다. 그는 1993년 검사 시절 ‘슬롯머신 사건’ 수사로 당시 권력 실세까지 구속시켰다. 게다가 사건 무마 혐의로 상사인 고검장까지 구속시켰다. 권력 눈치를 보지 않는 똑부러진 활약은 인기 드라마의 소재가 되었고, ‘모래시계 검사’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타협과 설득보다 그만의 방식으로 주변과의 갈등도 불사하는 기질은 정치인 행보에서도 이어졌다. 그러나 혼자만의 논리 속에 세상을 꿰맞추는 자기방어적 태도로 구설에 올랐다. 주변 정황을 아전인수식으로 서둘러 결론내리는 소음인 ‘탐심(貪心)’이다. 대표적인 예가 ‘사실상의 승리’ 발언이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배한 뒤 당대표였던 그는 “(한나라당의) 사실상 승리”라고 고집했다. 이는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거나 ‘정치 관여는 했지만 선거 개입은 아니다’라는 식의 탐심, 즉 궤변의 예다.

홍 지사는 과거 야당 의원 시절에 “나라 경제가 나빠져야 여당 표가 떨어지고 야당이 잘되니, 야당은 경제 살리는 데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선거에만 깊이 꽂히다보니, 주변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대통령 공약을 국민들이 100% 믿고 투표하지 않는다”며 공약이라고 꼭 지킬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결국 공감보다 비난에 직면한다. 그럴수록 소음인은 자신의 옳고 그름에 몰입한 나머지, 상대의 좋고 싫음을 아예 도외시하기 쉽다. 이런 식의 정치 활동에는 비유하건대 유혈이 낭자할 수밖에 없다. 최근 진주의료원 사태도 마찬가지다. 공공의료에 대한 생산적 문제 제기보다 ‘홍 지사 대(對) 다수’의 극단적 대결구도가 됐다. 병원에서 쫓겨난 환자들의 사망 책임과 비난 역시 홍 지사에게 쏟아졌다.

사상의학에선 중용, 즉 서로 반대 기질에서 배울 것을 강조한다. 소양인인 가수 싸이는 군부대 위문공연 중 앙코르 요청에 “다음날 전 사병들에게 전투휴무를 주면 앙코르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마치겠다”고 귀여운 으름장을 놓는다. 내심 못마땅한 부대장들도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상 거절하기 쉽지 않다. 이처럼 소양인은 굳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적당한 분위기에 원하는 바를 만들어간다. 위문공연료 역시 부대 회식비로 주고 오니 부대장들도 미워할 수가 없다.

최근 ‘시건방춤’ 안무 저작권료 지불도 소양인의 현명함이 돋보인다. 1000만원 전후의 저작권료는 신곡 ‘젠틀맨’의 예상수익 1000억원에 비하면 적은 액수다. 대신, 세계적 인기곡이 되었을 때 표절 시비를 아예 차단할 수 있다. 게다가 대중의 박수는 물론이고 대통령으로부터 창조경제의 모범적 사례라는 칭찬까지 받았다.

자기 결론만을 고집하다 주변을 온통 적으로 만드는 소음인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강한 자기 소신이 주변을 힘들게 하는 줄을 못 느끼는 소음인 아버지나 남편, 직장상사들이 결코 적지 않다. 이들 주변엔 결국 화병과 우울증으로 앓아눕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맹자는 “덕이 아닌 힘만으로는 사람들이 결코 마음으로 복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힘으로 억누른 승리에 승자는 순간 자신의 옳음이 통했다는 착각에 도취된다. 그러나 패자는 마음으로 승복하지 못하기에 원한에 사무쳐 복수를 꿈꾼다. 종국엔 누구도 승자가 되기 어렵다. 나의 ‘옳고 그름’이 아닌 주변의 ‘좋고 싫음’을 함께 돌아볼 수 있을 때 정치에서도 가정에서도 진정한 경륜이 발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