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최첨단 무기 전시장이 되고 있다. 이런 불안 속에서도 누군가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바로 미국 군수업체들이다.
그들에겐 안보위기를 명분으로 큰 무기 시장이 열린 셈이다.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역시 이런 상황과 묘하게 닮아있다.
주로 아동들이 산만하거나 주의력이 떨어져 학교적응에 문제가 될 때 따라붙는 진단명이다. 최근 미국정부 조사결과, 4~17세 아동 가운데 640만명이 ADHD로 진단돼 미국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특히 고등학생은 20%에 육박했다. 10년간 무려 53%나 급증했다.
예일대 윌리엄 그라프 교수는 “천문학적 수치여서 어안이 벙벙하다”며 “경미한 증상까지 너무 쉽게 ADHD로 진단한 결과”라고 말했다. 다른 치료로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까지 박탈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미국 정신과협회는 더 많은 아동이 ADHD 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오히려 진단기준을 완화할 계획이다. ADHD는 암처럼 조직이나 혈액검사로 진단되는 것과 사뭇 다르다. 18가지 설문항목에 의사가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설문항목은 ‘다른 사람들의 대화나 놀이에 불쑥 끼어들어 방해한다’거나 ‘질문이 끝나기 전에 불쑥 대답한다’는 식이다. 이에 해당하는지와 6개월 이상 지속 여부로 의사가 최종 판단한다.
현실적으론 의사가 짧은 시간 아동을 관찰하고 부모나 교사의 관찰소견을 참고해 진단한다. 얼마든지 ‘이현령비현령’이 될 수 있다. 몰입 성향이 강하거나 사회성 발달이 늦은 아이들도, 가정불화나 이사와 전학으로 인한 일시적 행동변화도 때로는 ADHD로 진단된다.
진단기준을 더 완화하면 어떤 아동도 촘촘해진 ADHD 그물코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
치료약도 논란이다. 정확히 말하면 ADHD는 치료약이 없다. 중독성 각성제로 집중력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약이다. 학교적응이 문제니 일단 몇 시간이라도 얌전하게 지내도록 만드는 약이다. 약은 금방 효과가 떨어져 매일 그것도 수년간 먹어야 한다. 중독과 불안, 불면증, 심장병, 성장지연, 면역력 약화 등 심각한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제약회사들은 유명 정신과의사들을 앞세워 ‘ADHD 약은 아스피린보다 안전하다’는 캠페인을 펼친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연구결과들을 끊임없이 쏟아낸다.
TV는 극단적 사례들로 사회적 공포를 부채질한다. 그 덕분에 2007년 40억달러에서 2012년 90억달러로 약판매는 급증했다.
전방위적 공습에 과잉진단과 약물 오·남용 지적은 힘을 잃고 있다.
반대 측 학자들은 ADHD 약인 ‘메틸페니데이트’는 항정신성의약품으로 작용기전이 마약인 코카인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미 마약수사국은 1등급인 마리화나, 헤로인, LSD 등 실제 마약 바로 다음인 2등급으로 분류한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ADHD 약을 제대로 먹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마약시장에서 암거래할 수 있다며 의사들의 감시를 촉구했다. 복용량만 조금 높이면 마약이나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미국의 한 저명 의학저널은 최근 15세 이상 ADHD 남녀가 약을 복용하면 범죄 확률이 각각 32%, 41% 낮아졌다고 밝혔다. 성범죄자들의 화학적 거세와 꼭 닮지 않았는가. 이렇게 강력한 항정신의약품이 과연 아스피린보다 안전한 걸까?
미국만의 현실일까? 한국은 조기교육 강도를 감안하면 조만간 미국을 앞지를 것이다. 진단기준까지 완화되면 20~30% 이상의 국내아동들이 너도나도 ADHD 약을 달고 살 것이다.
그러나 정작 치료 대상은 ADHD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기성세대가 아닐까.
교사의 섣부른 낙인과 친구들의 왕따로 학교현장에서 배제되지 않으려면 중독성 각성제로 화학적 거세를 받아들여야 하는 비참한 현실이다.
이 와중에 ADHD 약은 구원자인 양 잠식해올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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