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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한의학

지옥을 경험한 사람들…음향 대포가 무서운 진짜 이유는? 음향 대포 좋은 일도 생각보다 나쁘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 상계동에 사는 한 할아버지 환자의 경우다. 할아버지의 칠순 잔치 때 밴드 공연이 있었다. 하필이면 바로 옆자리의 할아버지 귀에 강렬한 밴드 음악이 작렬한 것이 문제였다. 그때부터 할아버지의 삶이 달라졌다. 소리 때문에 잠을 못자는 것은 물론이고 속이 더부룩하거나 어지러운 증상도 생겼다. 얼굴은 붉어지고 소리를 듣지 못하는 난청도 같이 왔다. 칠순 잔치가 지옥 잔치로 변한 것이다. 귀를 강하게 맞거나 귀 가까운 곳에서 폭발음이 있거나 해서 내이의 신경이 장해를 받아 생기는 것이 '음향 외상'으로 이른바 '급성 감음 난청'이다. 헤드폰을 끼고 크게 음악을 듣거나 나이트클럽 등에서 큰소리에 귀가 손상을 입게 되면, 그 직후 강한 이명이 생기면서 감음 .. 더보기
눈·코 탓에 괴로운 당신…"커피 대신 국화차를!" 국화 옆에서 국화(菊花)의 '국(菊)'은 '궁(窮)'의 뜻으로 풀이된다. 궁은 무궁화에서 쓰이는 것처럼 끝까지 간다는 뜻이다. 국화가 만개하는 가을은 꽃이 필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니 '마지막 꽃'이라는 이런 풀이가 그럴 듯하다. 거기에는 끈질기게 풍파를 이겨낸다는 뜻도 들어있는데 이는 국화의 생태와도 부합한다. 꽃을 피울 때 대부분의 식물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 과정에서 성장이 느려지고 시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국화는 잎, 줄기가 시들어도 계속 개화 상태를 유지하는 끈질긴 생명력이 특징이다. 꽃꽂이를 할 때 국화를 다른 꽃과 꽂으면 다른 꽃이 일찍 시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바로 국화의 생명력에 다른 꽃이 치이기 때문이다. 한편, 사군자(매화·난초·국화·대나무) 중에서 국화는 가을의 덕을 상.. 더보기
왕들의 건강법 왕들의 건강법 조선 시대의 왕은 한 '개인'이 아니다. 하늘, 땅, 사람을 이어주는 천명의 계승자다. 는 왕을 이렇게 설명한다. "옛날에 문자를 만들 때 세 번 줄을 그어서 그 가운데를 연결시키는 것을 왕(王)이라고 한다. 삼(三)은 하늘, 땅, 사람이다. 그리고 이를 관통하는 것이 왕이다." 당연히 왕의 건강, 질병, 치료는 국가의 안위를 좌우하는 중요한 정보다. 왕의 건강 관리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노력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학문적 시스템도 마련했다. 왕을 치료하는 어의에 숙련된 궁중 의사뿐만이 아니라, 세간의 뛰어난 명의를 포함시킨 것은 그 예다. 왕의 건강을 관리하는 데 의사만 참여한 것도 아니다. 어의들의 다양한 치료의 타당성은 유학자인 제조들이 검증했다. 질병 해석에.. 더보기
백발 노인이 솔잎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는… 마음을 씻는 송편 한가위의 상징은 상징은 송편이다. 그렇다면, 송편을 찔 때 솔잎을 넣는 이유는 무엇일까? 옛사람이 송편을 찔 때 솔잎을 넣었던 첫 번째 이유는 '벽사' 기능이다. 옛사람은 두창(천연두)이 유행하면 이른바 '마마 귀신'의 침입을 막고자 솔잎을 넣은 싸리 바구니를 처마에 매달았다. 또 집안에서 출산을 하면 산모와 아이를 보호하고자 대문에 금줄을 치는 풍속이 있었다. 이 금줄에도 솔잎을 꽂았다. 모두 솔잎의 벽사 기능을 염두에 둔 풍속이었다. 이런 벽사 기능은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봐도 상당히 근거가 있다. 솔잎은 자신을 보호하고자 여러 가지 살균 물질을 배출한다. 이런 살균 물질은 부패를 유발하는 세균도 죽인다. 더위가 여전한 음력 8월 15일의 날씨를 염두에 두면, 냉장고가 없던 예전에는.. 더보기
노란 콧물이 사라진 세상…"내 코를 살려줘!" 콧물을 찾아서 여름이 끝나고 가을바람이 불면 불안한 사람이 있다. 바로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들이다. 사시사철 막힌 코를 달고 다니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여름에 잠시 코가 뚫렸던 사람도 맹맹한 코와의 전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그 많은 노란 콧물은 사라지고 맑은 콧물이 흐르는 알레르기만 우리를 괴롭힐까? 소설가 김주영의 옛추억 이야기를 읽다 보면, 콧물에 대한 이야기가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물론 김주영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콧물은 우리가 요즘 보는 맑은 것이 아니라 노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싯누런 콧물을 줄곧 인중에 매달고 다녔다. 인중을 타고 흘러내린 두 줄기의 콧물이 입술 언저리에 닿을락 말락 하면, 그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아이들은 훌쩍 숨을 .. 더보기
녹용의 효능 녹용의 효능 세간에서 권하는 모든 보약은 녹용에서 시작된다. 녹용은 몸을 보양하는 약의 상징이다. 여기서 말하는 '보양'이란 양허증을 치료하는 것을 뜻한다. 양허증은 몸에서 '양'이 모자라는 것을 뜻하는데, 추위를 몹시 타는 것, 허리·다리·무릎에 힘이 없는 것, 배가 자주 아픈 것, 설사를 자주 하는 것, 오줌이 자주 마려운 것, 정력이 약해지는 것, 몽설과 유정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그렇다면, 보양을 하는 데 으뜸으로 쳤던 녹용은 아무나 먹을 수 있었을까? 을 보면, 녹용을 얻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알 수 있다. 태종 17년 5월 9일자 기록이다. "녹용은 사냥을 해도 열에 하나도 얻지 못합니다. 또 (녹용을 자르는 시기인) 5월에는 (녹용을 구하는 일은) 농사에 방해가 되고, (녹용은) 절실.. 더보기
프로이트를 비웃은 <인셉션>…결말의 비밀은? 과 '호접몽' 영화 을 지탱하는 두 축은 동서양을 가로지른다. 서양에서 온 것은 의식과 무의식을 나눈 프로이트의 심리 치료다. 동양에서 온 것은 삶 자체가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물음이다. 스포일러가 되는 것을 감수하고 줄거리를 얘기해 보면 이렇다. 남의 꿈에 접속해 생각을 훔치는 주인공 코브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도망 다니다 사이토를 만난다. 사이토는 라이벌 기업의 후계자의 생각을 바꿔달라는 제안을 한다. 물론 여기에는 그의 죄를 없애준다는 엄청난 보상이 따른다. 기계로 연결된 사람들이 꿈을 공유하고, 타인의 꿈을 설계하며, 꿈을 통해 의식을 바꾸는 과정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문법 속에 버무려졌다. 제목처럼 이런 줄거리를 관통하는 핵심은 '인셉션'이다. 어떻게 타인의 마음을 읽고, 그것에 개입해 타인.. 더보기
집이 곧 그 사람의 본모습이거늘… 양동 마을의 무첨당 2010년 7월 31일 경상북도 경주시 강동면 양동 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고택이 있어 아름다운 양동 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기계천과 형산강이 만나는 삼거리가 있다. 포항에서 안강으로 차를 몰다보면 이 삼거리 신호등 앞에 머무른다. 왼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두 물이 만나는 편안한 풍광이 아주 멋스럽게 펼쳐진다. 두 물줄기가 만나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가 하나를 만나면 다툼이 있게 마련이다. 이것이 세상사다. 그러나 물은 아무런 말이 없다. 기계천과 형산강의 두 물줄기도 서로를 아우르고 다독이며 더 큰 흐름을 만들면서 조용히 낮은 곳으로 흐를 뿐이다. 물이 더 많아졌는데 그러니까 기세가 더 세졌는데도 흐름이 오히려 느려진 것도 의미.. 더보기
사상 의학 창시한 이제마…과연 '태양인'이었을까? 사상 의학의 뿌리는 조선 성리학 체질 의학은 분명히 매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환자들이 오면 한결같이 자신의 체질을 물어본다. 질병에 집중해서 진찰을 하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분위기를 바꾸고자 이런 농담을 한다. "아무래도 환자분의 체질은 잡상인 같습니다." 같이 웃지만 사실 이런 내심 뼈 있는 대답을 한 것이다. 이 칼럼을 통해서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한의학의 기본 목표는 음양의 '조화'다. 몸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한의학에서 말하는 '건강'이다. 반면에 체질 의학에서 말하는 '체질적 특성'은 음양이 한쪽으로 치우쳐 균형이 깨졌을 때 잘 나타난다. 대다수 건강한 사람의 체질이 이것인 것도 같고, 저것인 것도 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 더보기
"감히 내 머리를!"…조조가 죽인 화타의 진실은? 화타 이야기 한의학에도 외과 의학이 있었을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은 화타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조조의 머리를 쪼개서 치료하겠다는 대담한 발상이 에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화타의 신기에 가까운 외과 의학의 전통은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화타의 의학은 그저 전설일 뿐일까? 이런 수수께끼를 풀려면 불교 경전을 살펴야 한다. 불교 경전에는 지바카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인도 문명의 발상자인 인더스 강 상류에 고대 도시 타키시라가 있었다. 이 도시에는 뛰어난 의사 지바카가 있었다. 이 의사의 치료 일화는 불교 경전 곳곳에 수록돼 전해진다. 구섬미국 장자의 아들이 병에 걸려 죽었다. 상여에 실리고 나서야 지바카가 도착했다. 그는 시신의 상태를 살펴보고 "이 사람은 죽지 않았다"라고 말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