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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學/한방춘추

건강식품도 약도 1 + 1은 2가 아니다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는 말에는 공자의 답답한 심경이 녹아있다. 진리는 이미 예전부터 전해지니 서술은 하되, 제발 엉뚱하게 새로 지어내지 말라는 당부다.

만성피로와 속쓰림 등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다는 60대 여성. 환자는 “건강을 얼마나 챙기는데 왜 만날 아픈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먹는 약과 건강식품만 10가지가 넘는다. 1+1은 언제나 2라는 계산으로 건강식품이나 약도 많이 먹으면 먹은 대로 모두 합이 될 거라 믿는다. 상쇄효과나 부작용은 생각지 못한다.

혈압·당뇨약 외에는 모두 중단할 것을 권하자, 환자는 “TV에서도 다 좋다는 것들인데…”라고 반문한다. ‘특정 음식이 몸에 좋다’는 내용이 전파를 타면 종교적 믿음처럼 추종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막걸리에 항암물질이 있다’는 뉴스로 떠들썩했다. 와인이나 맥주보다 항암물질이 10~20배나 많다는 연구였다. 그 덕분에 막걸리 매출은 껑충 뛰었다.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다. 프랑스에선 와인이 심장병에 좋고, 독일에선 맥주가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폐경도 늦춘다는 연구결과가 쏟아진다. 맥주에 백내장 예방물질도 있고, 엽산 성분은 심장병도 예방한다고 한다. 또 암으로 사망할 확률까지 낮춘다니, 연구결과만 믿으면 술이 거의 만병통치약이다.

문제는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비전문가가 툭 던진 말이 아니란 점이다. 제법 권위 있는 연구소의 과학 실험으로 포장된다. 그래서 언론도 믿고 그대로 전달할 뿐 꼼꼼히 뜯어보지 않는다. 과학으로 포장만 하면 종교처럼 그냥 믿는다.

그러나 상당수 이런 연구들을 주도한 곳은 바로 유럽연합 주류회사들이다. 자본의 힘은 정치나 경제 지형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돈이 없으면 불가능한 과학연구조차 언제든지 그들 입맛대로 움직인다.

한 과학자는 “애초 실험 방향만 조정하면 고춧가루나 심지어 맹물도 항암효과가 있음을 얼마든지 입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부 성분만 추출해 그 효과만 부각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에선 와인에 밀려 맥주 소비가 감소하면 맥주 관련 연구물들이 쏟아진다. 그런데 맥주를 마실 때 엽산 성분만 골라서 마실까. 막걸리에는 항암물질만 있고, 와인에는 심장병에 좋은 물질만 있을까. 간을 비롯해 오장육부를 병들게 만드는 수많은 성분의 더 큰 위해성은 함께 검토되었을까?

특정 음식이 몸에 좋다는 연구도 마찬가지다. 일부 성분만 추출해 사용한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있었다는 사실을 마치 그 음식을 자주 먹으면 특효가 있는 것처럼 확대 해석하는 것은 그야말로 비과학적이다.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으로, 바로 공자가 말한 ‘작(作)’에 불과하다.

이런 ‘작란(作亂)’을 마치 귀중한 정보라도 되는 양 착시를 일으키는 전문가들보다 현대과학을 몰랐던 공자의 혜안이 더 과학적이라 한다면 과언일까. 연구자나 기업을 탓할 것도 없다. ‘바보’라는 말의 어원인 ‘밥보’는 먹는 것만 지나치게 밝히는 사람을 뜻한다. 한두 가지 약재나 음식을 편식해 건강해질 수 있다는 내 마음의 게으름을 먼저 봐야 한다.

제철 음식을, 골고루, 과식하지 않고, 즐겁게, 감사하게 먹는 것. 과학이 더 발달해도 과연 그 이상의 진리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