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몸도 마음도 너무 다른 ‘이심이체(二心異體)’임을 온전히 이해해야 일심동체가 가능해진다.
산후풍과 우울증으로 내원한 30대 태음인 주부. 둘째 출산 후 아침이면 얼굴이 붓고 전신 관절 마디가 시큰거리고 아프다. 손가락은 구부리기조차 힘들어 진통제를 달고 산다.
출산과 육아로 몸이 지친 데다 남편과 계속된 갈등으로 정신적 피로까지 겹쳤다.
환자는 “남편과 말이 안 통한다”고 하소연한다. 함께 TV를 보다가도 여자 아이돌이 나오면 ‘몸매가 훌륭하다’는 식의 말을 서슴없이 한다. 이를 지적하면 ‘예쁜 걸 예쁘다고 하지, 그럼 안 예쁘다 해야 하냐’며 반박한다.
사소한 문제도 대충 받아들여주는 법이 없다. 끝까지 자신이 옳다며 말 한마디를 안 지려는 태도에 더 분통이 터진다.
요즘은 ‘궁합이 안 좋다’라던 결혼 전 점쟁이 말이 자주 떠오르고, ‘과연 날 사랑하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
이럴 때 남편을 바꾸려들거나 원망만 하면 불화와 상처는 반복된다. 대신, 소음인 남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도 좋다. 소음인은 ‘인의예지(仁義禮智)’ 중 ‘지’의 속성이 우월하고, ‘의’의 속성이 열등한 체질이다.
지(智)란 지식, 지혜란 말처럼 사고기능을 뜻한다. 하나의 현상에 끝없이 ‘예/아니요’로 결론 날 때까지 답을 찾아간다. 반면, 의(義)란 내 생각이 아닌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는 기능이다. 그래서 타인을 구하려다 희생한 경우 ‘지혜롭다’ 하지 않고 ‘의롭다’고 말한다.
‘지’는 내향적, ‘의’는 외향적 속성이다. 인간은 다급해질수록 우월기능에만 의존해 돌파구를 찾는다.
소음인은 결국 자기 생각을, 소양인은 외부 시선을 최우선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소음인은 타인의 감정 배려 없이 자기 생각만 내뱉기 쉽다.
일례로, 음주 뺑소니 물의를 빚은 한 연예인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며 끝까지 항변했다. 한 정치인은 선거 참패 뒤 “사실상 승리”라고 주장한다. 주변에서 비난이 일자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볼 수 없다”며 자신의 논리를 끝까지 주장한다. 모두 소음인이 자기 사고에만 몰입해, 주변 감정 파악이 늦은 예다.
반면, 세금탈루로 논란이 된 한 소양인 연예인은 곧바로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깨끗이 승복했다. 그에겐 당장 반박하고 싶은 자기 논리보다 주변 분위기와 시선이 더 우선적 판단 요소다.
그렇다면 소양인은 좋고, 소음인은 나쁜가. 그렇지 않다. 인류문명의 상당수는 소음인의 사고 결과물이다.
깨알같은 글씨만 봐도 졸리기 쉬운 소양인의 사고 깊이로는 어림없다. 소음인에게 감정, 소양인에게 사고기능은 제2, 제3도 아닌 제4 외국어인 셈이다. 다만, 서로의 장점을 벤치마킹해야 점점 성숙해진다.
환자는 그제야 남편의 행동들이 소음 기질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하고는 웃었다. ‘감정’이라는 열등한 외국어에 능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이미 흥분해 아이처럼 이기려고만 하는 소음인은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다.
이처럼 ‘상대도 내 마음 같을 거야’라는 건 착각이다. 너와 나는 다르다. 그래서 하나가 되도록 노력할 뿐이다. 부부 사이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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