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불안과 긴장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과거 불행이 반복될 것처럼 여기거나, 미래의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미리 걱정하면 겉잡을 수 없다. 그래서 현자들은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 막 도착한 것처럼 살라’고 충고한다.
수능을 앞두고 배탈과 잦은 설사로 내원한 재수생. 평소엔 과식해도 소화력이 좋은데 최근 부쩍 소화가 안된다. 공부도 집중이 안되고 괜히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엄마는 “작년에 우황청심환을 먹었는데, 시험 당일 가스가 차고 몽롱해져 시험을 망쳤다”며 하소연한다.
수험생들에게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지만 우황청심환은 응급치료약이다. 불안이나 긴장이 아니라 중풍이나 급성 심장병으로 쓰러져 인사불성, 사지마비 등에 사용한다. 지금처럼 응급의료체계가 없었던 시절에는 최선책이었다.
주요 약재인 우황, 사향, 주사 등은 막힌 기혈을 뚫어 생사기로의 환자를 기사회생시키기도 해 유명해진 약이다.
그러나 주사는 중금속인 수은이 주성분이고, 진품 사향과 우황은 워낙 고가라 제대로 쓰지 못한다. 즉, 장기판에 차·포·마를 뺀 격이니 요즘 우황청심환은 과거의 명약이라 보긴 어렵다.
환자에겐 태음인 수험생들이 흔히 겪는 과민성 소화불량에 도움되는 한약을 처방했다. 그런데 문제는 보호자인 엄마의 불안이다. 엄마는 “제가 더 힘들어요. 재수만 해도 뒷바라지가 이렇게 힘든데 삼수는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큰아이는 바로 합격했는데, 작은아이도 올해는 꼭 붙어야 할 텐데…”라며 걱정한다.
그러나 이런 말들이 아들의 불안을 더 부추긴다. 부모들 중에는 아이의 단점에 대해 “못한다, 못한다”면서 더욱 기정사실화한다. 주홍글씨처럼 낙인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부모가 한발 떨어져 관심은 갖되 모른 척해주는 것이 좋다.
환자처럼 태음인의 불안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식이다. 즉, 안 좋았던 지난 일이 비슷한 상황이면 또다시 일어날 것 같은 불안이다. 반면, 엄마처럼 소음인의 불안은 실제 일어나지도 않은 일까지 미리 걱정한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상상의 나래를 펴 걱정을 사서한다. 결국, 엄마의 불안까지 고스란히 아이에게 옮겨진다.
특히 태음인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겁이나 긴장이 많다. 꾸준히 반복해서 익숙해지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 그래서 시험은 평소 실력 발휘를 목표로 삼아야 덜 불안하다.
출제 난이도나 합격여부는 운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잘 봐야 한다’라는 마음은 불안을 증폭시킨다. 차라리 ‘아는 것만이라도 놓치지 말자’라는 마음가짐이 최선이다.
아이에겐 “새 책이나 생소한 내용보다 오답노트나 이미 공부한 것만 다시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시간은 부족한데 새로운 것을 공부할수록 ‘준비가 덜 됐다’는 불안감만 더 커진다. 엄마에겐 “안 좋은 상상보다 합격했을 때 무얼 할지부터 생각하라”고 말했다. 또 특별한 음식이나 영양제보다 평소에 소화 잘되는 음식만 먹이도록 당부했다.
적당한 긴장은 오히려 집중력을 높인다. 그러나 너무 긴장된다면 ‘과거’와 ‘미래’ 중 어느 쪽에 집착되어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오늘 하루에 집중하는 태도가 불안과 긴장을 낮추는 최선의 묘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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