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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學/한방춘추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고집은 버리는 게 약


사사로운 의견이 없어야 한다. ‘반드시’라는 것도, ‘고집함’도 없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도 없어야 한다. 인간이 버려야 할 네 가지 것, 이른바 ‘절사(絶四)’다. 공자는 군자의 덕목이라 했지만, 현대인의 정신건강에도 좋은 보약이 되는 습관이다.

남편의 보약을 짓기 위해 내원한 60대 노부부. 최근 한 달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입맛이 없어 하루 한 끼도 못 먹었다. 명치 밑이 그득하고 목과 가슴은 마치 가래가 걸린 듯 답답했다.

소음인이 잠을 못 자고 몸이 축나는 것은 사려과다, 즉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심신이 지친 탓이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결단을 못 내렸거나 자존심에 상처받았을 확률이 높다. 환자의 아내는 “시아버지 제사 문제로 형제들 간에 큰 언쟁이 있었다”고 말한다.

둘째 아들이면서도 환자는 지금껏 제사를 모셨다. 그러다 올해부터 큰집으로 넘겼다. 하지만 큰집의 제사 준비가 이래저래 마뜩잖았다. 여기에 막내 동생은 “이제 모시지도 않는데 참견 마시라”며 불을 질렀다. 사업에 성공한 동생이라 아무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 산소 관리며 벌초 일정에 대해서도 그에게 누구도 물어오지 않아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환자는 “빠듯한 형편에도 비싼 재료로만 풍성하게 지냈는데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였다”며 상심했다. 형제들의 배신감, 자신의 경제적 무능력 때문이란 자책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자신이 계속 제사를 모시자니 형편상 힘들고, 안 지내자니 자존심 상하는 사면초가인 상태다.

그러나 마음먹기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환자에게 필요한 건 이정변기(移精變氣), 즉 마음을 바꾸어 몸의 기운까지 변화시키는 치료다. 우선 제사는 왜 지내는가부터 물었다. 정말 조상귀신이 와서 제사 음식을 먹고 가기 때문일까. 그래서 무리해서라도 풍성하게 대접해야 할까. 유학에서조차 신(神)은 논의 대상에서 열외다. 그보다는 고인을 추억하는 의미가 더 크다. 제사는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추억여행인 셈이니 의무감보다는 즐거워야 한다. 바쁜 일상에서 삶을 반추할 계기는 덤으로 따르는 것이다.

또한 제례 과정은 후손들에게 학습 효과가 있다. 100마디 말보다 ‘예’의 덕목을 자녀들은 자연스레 학습한다. 결국 제사는 내 마음이 즐거워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조상신을 위한 것도, 다른 가족들의 눈치를 볼 일도, 남이 어떠하다 나무랄 일도 아니다.

그제야 환자는 “그런 덕분인지 큰 조카는 이혼한 반면, 우리 자식들은 모두 다 잘 컸다”며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이후 수면제를 쓰지 않고 위 기능을 돕는 보약만으로 소화상태도 불면증도 좋아졌다. 비싼 재료만 고집한 것 역시 조상보다 주변을 의식해 자존심을 높이려는 사사로운 마음임을 설명했다. 유학에서도 제례는 형식보다는 정성이 우선이다. 형편이 안 된다고 괴로워할 것도 없고, 정화수 한 그릇인들 안 될 이유가 없다.

살면서 때론 남이 했건 말았건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 내 몫이며 내 할 도리를 해나가며 행복을 느낄 뿐, 남이 하고 말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사사로운 생각에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하면 병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