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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學/한방춘추

몸보다 마음을 더 병들게 하는 패스트푸드


세상에 대가 없는 성취는 드물다. 당장 갖지 못한 것을 부러워할 줄만 알고, 궁극에 되어질 것을 위해 돌아갈 줄 모른다면 그 결과는 허망하다. 거저 주어질 듯한 유혹은 되어질 듯 싶은 그 순간 파멸한다. 반면, 돌아가도 결국 다다르는 길에서 맛볼 열매는 유혹함이 적다. 그 길을 선현들은 ‘도(道)’라고 불렀다.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내원한 중학생. 팔다리의 접히는 부분과 얼굴, 귀밑에 진물과 긁은 상처투성이다. 온몸이 가려워 공부도 집중할 수 없다. 유치원 때부터 시작된 증상은 처음엔 피부과 약과 연고로 쉽게 잡혔다. 그러나 계속 재발했고 피부는 점점 거칠고 거무튀튀하게 변해갔다.

원인은 식생활과 관련이 있었다. 캐나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환자는 밥상에 고기 반찬이 없으면 밥을 안 먹는다. 매끼가 육류 위주에다 간식도 자극적 맛과 향이 강한 과자를 즐긴다. 또 빵, 피자, 햄버거, 라면 등을 좋아한다.

이런 음식들은 담음(痰飮)을 형성하기 쉽다. 제대로 소화되지 못하고 걸쭉한 채로 체내에 정체된 비정상적 물질이다. 기혈 소통을 방해하고 피를 탁하게 만들어 불필요한 열을 발생시킨다. 인체가 나름 자기방어를 위해 열독을 피부로 뿜어내 견뎌보려는 현상이 아토피다.

오래도록 길들여진 입맛을 하루아침에 바꾸긴 어렵다. 고기는 먹되 야채를 같이 먹기로 약속했고, 과자 역시 색소나 인공첨가물이 적은 종류로 바꾸도록 했다. 열독과 담음을 해소하는 한약으로 아토피는 낫게 해주었지만, 아이가 살아가며 겪어야 할 유혹의 대가는 걱정스럽다.

패스트푸드가 몸에 해롭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특히 자라는 아이들에게 삼가야할 더 큰 이유가 있다. 유혹에 약한 즉물적 인격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레몬과 레몬 맛 합성 제품을 동일하다고 착각한다. 탄산음료나 색소투성이 아이스크림도 아이돌 스타의 광고로 홀딱 빠져든다. ‘라면을 먹으면서 건강을 챙기라’는 광고의 유혹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가상과 현실을 착각하는 시초가 된다.

뼈와 오장육부를 서서히 병들게 만드는 유혹의 대가는 관심 없다. 속이 편한 것보다 당장 입이 즐거운 음식만 즐긴다. 당장 눈앞의 속도와 편의만 추구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노동의 과정은 외면한다.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슬로푸드와 달리 패스트푸드는 돈만 주면 끝이다. 재료를 다듬고 일일이 요리하는 수고로움은 생략된다. 아이들에게 ‘돈=필요한 것’이라는 즉물적 인과관계만 각인된다. 주식투자에 낭패본 뒤 세상 탓 남 탓으로 불면과 우울의 나날을 보내는 어른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또 개성도 없다. 붕어빵처럼 규격화된 것이 더 좋은 것이라 착각한다. 숨겨진 이면을 보지 못하니 언제나 크고 작은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무상급식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아이들 코앞에서만이라도 시험에 들지 않게 하는 게 어른들 몫이다. ‘패스트푸드 업소의 학교 인근 접근 금지’나 술 담배처럼 방송이나 광고를 금지하자는 선거공약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지면 삶 또한 패스트푸드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혹에 쉽게 움직이고 쉽게 소모되는 한없이 가벼운 삶 말이다. 그러기에 몸보다 마음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더 혹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