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상에는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개념으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우선하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그 조화 속에서 길흉(吉凶)과 화복(禍福)은 물론 심성과 질병, 나아가서 인간에 관한 모든 것을 찾으려 했습니다. 모든 동식물도 결국 우주자연의 역학관계에서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이름 없는 꽃 한 송이의 떨림이나 작은 나비의 날개 짓 하나 까지도 천지조화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체에서도 손가락 하나의 움직임에도, 눈동자 하나의 흔들림도 그것이 마음과 육신 전체에서 일어나는 기운으로 보려 한 것입니다.
우주는 분열과 통일, 다시 통일에서 분열 이렇게 반복되는 것입니다. 이 속에서 통일적 개념이 강한 동양사상은 인체의 한 부분에 불과한 손가락 하나, 눈동자 하나에도 그것을 부분으로 나누어 접근하려 하지 않고 전체적이고 종합적이며 유기적 관계에서 접근하려 했던 것입니다.
여기 비해 서양사상은 ‘인간과 자연은 공동체’라는 개념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비록 인간이 자연의 일부지만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하므로 잘 연구 분석하면 자연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개념이 강하게 작용합니다. 이에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동양의 ‘통일’ 개념보다는 ‘분열’ 에서 그 무엇을 찾으려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손가락 하나의 움직임을 보면서 “그 손가락의 구조는 어떻게 되었을까?”를 연구하게 되었으며, 눈동자 하나의 움직임에서도 “그 눈동자의 구조는 무엇으로 되어서 모든 것을 볼 수 있을까?” 라고 부분으로 나누어 분석하여 접근하려 한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현대 서양의학이 보여주는 그대로 신체 각 부분에 대하여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진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인간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천을 거듭하게 되어 있습니다. 자연은 수 천년 전이나 현재나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인간의 욕구가 시대적 상황을 변하게 하고 자신들 역시 변화 적응하는 것 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어떤 시기는 동양적 사상이 강세를 나타내고, 어떤 시기에는 서양적 사상이 강세를 부려 세상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세상은 오르면 내려가야 하고 내려가면 다시 올라가게 되어 있는 어떠한 주기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기에 의해 그 사상이 가지고 있는 한계의 벽에 다다르면 어쩔 수 없이 다시 내려가는 것입니다. 이때 다른 쪽의 사상은 침체기 속에서 ‘내부 실력’을 쌓고 있다가 다시 솟아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주기의 변화는 우주의 음양 법칙과 같아서 영원히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