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최근 한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은 주변에 늘 이렇게 되묻곤 했다. 이 질문을 그러나 타인이 아닌 내 안의 또 다른 나에게 쉼없이 던진다면 더 유연하고 건강한 나를 만들어갈 수 있다.
만성 소화불량과 두통으로 내원한 중학생. 벌써 1년 넘게 학교에 가면 항상 속이 메슥거리면서 토하거나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소화제는 물론 보약도 여러 번 먹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엄마는 ‘학교두통’이 아닌가 해서 데려왔다. 그러나 진찰결과 아이는 스트레스 반응도 없었고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화불량과 두통이 유독 오전에 심하고, 오후나 저녁에는 덜하다는 점이 특이했다. 문제는 아침식사였다. 엄마는 늦잠 자는 아이를 급히 깨워 안 먹으려는 걸 매일 억지로 챙겨 먹였다.
그러나 아이의 체질은 소음인이다. 대체로 소화력이 떨어져 과식이나 불편한 음식에 위장장애가 쉽게 발생한다. 또 아침에 몸이 늦게 깨어나는 편인데, 속이 부대낀 채로 흔들리는 버스로 등교하니 학교에 가면 상태가 안좋아지는 것이다. 소음인은 속이 불편하면 식곤증이 와서 1~2교시에 졸리고 학습효율도 떨어진다.
아이의 체질을 설명하고 이제부터 아침은 안 먹거나 가볍게 먹게 하도록 권했다. 그런데 엄마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아침은 꼭 챙겨 먹어야 건강하고 학습효율도 올라간다고 몇 번이나 뉴스에서 봤다”고 반박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의학통계에는 함정이 있다. 예를 들어 100명 중 80명이 아침을 먹어서 좋았고 20명은 안 좋았다면, 의학 논문이나 뉴스 보도는 ‘아침을 먹어 좋은 경우가 훨씬 많았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게 ‘아침은 누구나 무조건 먹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일반화된다.
평균에서 벗어나는 현상을 결론 한 줄이 다 설명하지는 못한다. 마치 다수결의 함정과 같다. 위장에 부담을 많이 느끼는 소음인은 사상의학에서 전체 인구의 20% 정도로 본다. 나머지 소양인, 태음인 등 80%는 아침을 먹고 가도 별 부담이 없다. 다수결만 고집하면 소음인의 불편은 전체 결과에 반영할 수 없다.
그러나 예부터 ‘선비는 1일 2식’이라는 말이 있다. 육체노동이 많지 않으면 하루 두 끼만 먹어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 아침식사와 관련해 상반된 주장도 많다. 무조건 먹어야 한다는 정보만을 고집하는 것은 엄마의 강박적 태도다.
학생의 엄마는 결혼 6년 만에 어렵게 첫 아이를 가졌고, 임신 8개월 만에 저체중아를 출산했다고 한다. 인큐베이터의 도움을 받았고, 잔병치레도 많아 또래에 비해 키나 체격도 작다. 안 그래도 입이 짧은 아이라 아침식사는 더욱 챙겨야 한다는 게 엄마의 생각이었다. 그러다 보니 무리한 아침식사가 원인일 거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 것이다.
한약치료와 함께 아침식사량을 아이 스스로 조절하기로 엄마가 한발 물러나자 1년 넘게 보이던 증상은 금세 사라졌다. 오전에 몽롱하던 머리도 맑아졌다.
세상에는 늘 상반된 가치와 주장이 공존한다. 상황에 따라 적절함을 찾아야 하지만, 자칫 자기가 보고 싶은 면만 골라서 보며 맹신을 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확실해요?” “최선인가요?”라고. 남이 아닌 스스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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