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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學/한방춘추

병을 부르는 내면과 외형의 불균형


“사람은 본바탕이 외관을 이기면 촌스럽고, 외관이 바탕보다 앞서면 호화스럽다.”

공자는 한 사람의 내면과 외형은 서로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 군자답다고 말했다.

안면경련과 공황장애로 내원한 20대 남성. 얼굴 근육이 불뚝불뚝 실룩이고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호흡까지 곤란해진다. 환자는 “검사상 아무 이상이 없었다”면서 “병원에선 스트레스성이라는데 별로 스트레스 받는 것도 없다”며 답답해했다.

그러나 원인 없는 결과란 없다. 그가 소음인이란 점이 이정표다. 소음인이 실제 스트레스를 받지만, ‘스트레스가 없다’는 경우는 자존심과 관련된 상처일 때다. 스스로조차 인정하기 싫어 무의식에서 아예 억압해 인지를 못할 뿐이다. 하지만, 특정 상황은 끊임없이 자존심을 건드려 몸의 반응으로 나타난다.

해외유학 좌절이 원인이었다. 대학에서 운동선수로 활동하다 잦은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교수가 되기 위해 미국 유학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2년여 준비를 했지만 영어 장벽부터 넘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쉽게 포기하지도 못했다. 바로 자존심 때문이다. 우선, 영어 실력이 안된다는 것도 인정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지난 2년간 유학준비생이라는 명분을 유지했는데 이제 와 포기하자니 체면이 서질 않는다. 포기도 전진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에서 괴로운 시간만 흘려보낸 셈이다. 환자는 “몸이 이래서 영어공부도 제대로 못했다”고 말하지만, 이는 자존심을 다치지 않기 위해 무의식이 뒤늦게 만들어낸 명분이다.

호흡곤란까지 나타났던 상황들도 공통점이 존재한다. 대학원 행사 버스 안에선 대학 선후배와 교수들의 근황을 묻는 질문들이 좌절감과 자존심을 건드렸다.

교수식당에서 식사할 때도 마찬가지다. 학생식당이 아닌 교수식당 이용은 일종의 신분상승을 상징한다. 자격지심을 다시 각인시키는 장소다. 운동 코치를 하던 중 한 고객이 자신의 말대로 따라하지 않자 잠시 뒤 호흡곤란이 시작됐다. 환자는 “내가 이제 별 볼일 없는 초짜 강사라는 걸 들켜버린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고 기억했다.

언뜻 아무 관련이 없어보이지만 모두 자존심의 상처와 관련되는 정황들이다. 환자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라면서도 조금씩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얼마 뒤 해외유학은 깨끗이 포기했다. 대신, 선배의 운동센터에서 정식 코치직을 맡았다. 그 뒤로 증세도 빠르게 호전됐다.

그는 유학준비생이라는 외관만 있으면 자신의 바탕 또한 높아진다고 여긴 것이다. 반대로, 외관이 약해지면 내면까지도 추락한다고 자격지심을 느꼈다. 혼자만의 편중된 시선 때문에 롤러코스트를 타듯 한없이 오르고 내렸을 뿐이다.

소음인의 ‘제심(悌心)’이다.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능력에 따라 위아래 서열을 지나칠 정도로 구분한다. 일례로, 같은 대학동기라도 능력과 외모, 경제력, 소유한 차량, 사는 동네 등등 자신이 의미를 둔 모든 관심사에서 높고 낮음으로 평가해 인식한다. 때로는 내면 대신 외형적이고 세속적인 기준으로 평가한다.

환자의 이런 내부 시선이 병의 근본적 원인이다. 평소 이런 시선이 강했기에,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평가할 때도 똑같을 것이라 지레짐작한 것이다.

결국, 자존심의 보호막인 ‘유학준비생’이라는 외피가 없으면 교수나 동기들의 안부인사도, 그냥 넘어갈 고객의 행동 하나에도 ‘이제 다들 나를 무시하나’라고 불안을 자초한 것이다.

공자는 “지위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홀로 설 수 있는 능력을 걱정하라”고 충고했다. 이어 “자기를 알아주지 않을까 걱정하기보다 알려질 수 있는 바탕에 힘쓰라”고 당부했다. 여전히 과도한 체면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도 마음에 담아봄직한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