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물과 색은 눈을 통해서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색은 오행(五行)중 화(火)에 속하며 신체 장부 중에서는 비장이 눈을 주관하게 됩니다. 비장의 기능이 순조로운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눈은 맑고 깨끗하며 아름다울 것입니다.
그러나 비장의 기능이 태과(太過)되면 그 기운이 눈으로도 넘치게 되어 눈에 실증(實證)으로 인한 이상이 생기게 됩니다. 반대로 비장의 기능이 부족하면 에너지가 눈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눈에 허증(虛症)으로 인한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동안 눈은 간과 관계가 깊다고 해왔습니다. 그러나 좀더 관찰하면 오히려 비장과 상관관계가 많은 것을 알게됩니다.
이와 같이 비장의 기능이 정상이 아닐 때 눈은 면역 체계가 깨어져 저항력을 잃게 되고 각종 세균이 쉽게 서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비장에 열이 넘치게 되면 그 열은 눈으로 솟구쳐 안압(眼壓)을 높이게 되고 열기에 의하여 동공과 각막은 팽창되고 이완되니 이때 세균은 좋은 서식처를 찾게 되는 것입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붉은 자위 부분이 커지게 되고 녹내장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렇듯 녹내장은 비장의 열기(熱氣)에 의해 오는 것입니다.
반대로 비장에 한기(寒氣)가 넘치게 되면 상대적으로 양기가 부족하게 되어 비장의 기능이 약해집니다. 이때에는 눈 또한 에너지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눈이 침침해지고 면역기능이 약해져 세균이 침투하게 됩니다. 지속되는 한기에 동공이 수축되면 흰자위가 커져서 눈을 덮기 시작하니 이것이 백내장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백내장은 비장의 한기에 의해 생기는 것입니다.
눈은 다른 감각기관에 비해 예민한 감각기관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물을 섭취했거나 꽃가루 혹은 먼지 등에 의해서 알레르기성 질환이 생기기 쉬운 곳입니다. 눈은 양(陽)에 해당하는 부위로 양의 성질 그대로 질병 또한 빠르고 쉽게 진행되는 곳입니다.
모든 병에는 심리적 상태가 언제나 우선하므로 눈 또한 예외 일 수는 없습니다. 앞장에서 누차 강조되었듯이 각 체질에 따른 심리적 상태는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각 체질별로 분류해보면,
1. 태양인
양기운이 많은 체질이지만 내부적으로 음기운이 상당량 있는 체질입니다. 그리하여 대체로 태양인의 눈은 건강한 편이지만 크게 성냄은 눈에 충혈을 안겨주기 쉽습니다. 결국 평소 느긋한 마음을 지니지 못하는 태양인에게 시력장애가 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심리적으로 쓸데없는 분노만 자제한다면 태양인에게 눈은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2. 소양인
소양인은 비장에 열이 많은 체질적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성정(性情)마저 급하고 서두르니 열은 더욱 가세되어 눈으로 너무 많은 열기가 전달되기 쉽기 때문에 눈병이 가장 잘 생기는 체질이기도 합니다.
이는 주변의 모든 상황을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이 작용하여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니 결국 눈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이러한 것이 계속되면 자연히 눈으로 열기가 자꾸만 모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엇이나 알고자 하는 심리를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소양인은 다래끼가 나게 되면 눈 위쪽에 자주 나며 쉽게 곪고 그 색은 붉은 색으로 나타납니다. 또한 지속되는 눈의 열기로 인해 하나가 나을 만 하면 옆에서 다른 하나가 솟아 나오는 식으로 반복을 하는 통에 훤하고 잘생긴 얼굴을 타인들 앞에서 가리게 됩니다.
이때 환부 옆의 속눈썹을 뽑기도 하는데 이는 권장할만한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곪은 피부 속으로 공기를 유통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눈가에 지저분한 사마귀 종류가 나는데 이 또한 열기가 지속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장에 열이 많은 소양인은 언제나 녹내장을 주의해야 합니다.
3. 태음인
태음인은 대체적으로 안질에는 강한 편입니다. 가끔 너무 웅크리는 마음이 강해지면 체내의 에너지가 목 위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시력이 약해지고 눈병이 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건강한 편입니다. 그러나 평소 지나치게 차분한 태음인이라면 시력이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4. 소음인
소음인은 체질적 특성으로 인해 비장에 한기(寒氣)가 많습니다. 또한 목줄기를 타고 올라온 체내 에너지가 눈으로 많이 전달되지 못하고 상대적 부위인 입으로만 많이 전달되고 맙니다. 이는 소음인의 체질적 특성이니 애석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이로 인해 부족하게 전달되는 에너지와 특히 비장의 한기가 눈으로 이어져 눈의 기능은 떨어지게 됩니다. 이에 따라 소음인은 약한 시력, 침침한 눈이 되기 쉽고 저항력까지 약하게 되어 각종 안질에 쉽게 시달리는 것입니다. 대부분 깔끔한 용모가 특징인 소음인에게 때때로 이것으로 인해 눈이 콤플렉스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소음인에게 나는 눈 다래끼는 그 색이 검은 색에 가깝고 눈 아래쪽에 잘 생기며 쉽게 곪아터지지 않고 오랫동안 속을 썩이게 됩니다. 예방과 치료로는 체내 에너지를 양성화시키고 비장에 한기를 없애기 위해서 우선 경쾌한 마음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눈에서 생기는 모든 질환은 간 보다는 비장기운의 강약(强弱)에 따르는 것이니 가장 먼저 비장기운을 원활하게 해야 합니다. 태양인은 많지 않은 비장의 열기가 유유상종의 원리에 의해 열이 폐에 빼앗기지 않도록 해야 하고, 태음인은 간의 열이 비장에 전달되어 비장에 열이 넘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각 체질에 따른 좋은 약재나 식품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 태양인 - 하고초(夏枯草)·사과(絲瓜, 수세미 열매)·만형자(蔓荊子)·포도(葡萄)·모과(木瓜)·작약(芍藥)
▶ 소양인 - 생지황(生地黃)·금은화(金銀花)·석고(石膏)·구기자(枸杞子)·결명자(決明子)·제채(薺菜)·차전자(車前子)·강활(羌活)·방풍(防風)·현삼(玄蔘)·우방자(牛蒡子)·포공영(蒲公英)
▶ 태음인 - 백지(白芷)·천궁(川芎)·감국·오미자(五味子)·산약(山藥)·황금(黃芩)·육종용·원지(遠志)
▶ 소음인 - 당귀(當歸)·인삼(人蔘)·천궁(川芎)·감초(甘草)·황기·빈랑·백출(白朮)·구절초(九節草)·소회향(小茴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