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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學/한방춘추

‘어찌하라’의 역풍


“어찌할까, 어찌할까 하지 않는 자는 나도 어찌할 수 없다.”

천하의 공자도 스스로 고민하지 않는 제자는 어떻게 가르쳐볼 방법이 없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부모들은 ‘어찌할까’ 하며 스스로 분발할 기회를 아이에게 주기보다 ‘어찌하라’며 강요하기 쉽다. 정작 ‘어찌할 줄 모르는’ 아이들은 막다른 곳에 내몰린다.

비만치료 중이던 주부가 초등학생 아들을 데려왔다. 아들 역시 최근 살이 많이 쪘고 눈과 입을 찡긋거리는 틱장애가 생겼다. 집에 오면 엄마부터 찾던 아이가 요즘은 엄마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냉장고로 향한다고 한다. 엄마는 “아이가 부쩍 말도 듣지 않고 짜증이 늘었다”며 걱정한다.

엄마와 아이 모두 태음인이다. 환자는 대출까지 받아 학군이 더 좋은 곳으로 이사했지만 집값이 크게 떨어졌다. 경제적 부담으로 고민하던 엄마는 그 무렵 홈스쿨링만으로 미국 명문대에 진학한 사례를 신문에서 접했다. 이후 과외를 모두 끊고 매일 직접 아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태음인의 갑작스러운 폭식증은 욕구불만이 원인이라는 설명에 엄마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아이의 폭식증과 틱, 점점 어려워져 가는 소통문제 등이 홈스쿨링을 시작한 시기와 우연히 일치했다 보긴 어렵다.

흔히 자녀의 반항이나 일탈에 깜짝 놀란 부모들은 단지 사춘기 탓으로 돌리지만, 누적된 부모와의 소통부재가 근본 원인이다.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여러 차례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란 말은 있어도 맹자의 모친이 직접 가르쳤다는 말은 없다. 오히려 훗날 맹자는 “군자는 직접 자식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부모는 바른 도리를 가르치고 싶지만 자식이 잘 이행하지 못하면 속상해져 자주 화를 내니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손상된다. 자식 역시 부모의 성급함에서 허물을 계속 보게 되니 존경심이 손상된다. 그래서 선현들은 다른 부모들과 자식을 바꾸어 가르치라고 권했다.

환자 역시 “가르치다보면 화가 치밀어 말보다 주먹이 앞선다”며 수긍한다. 그럼 과외를 다시 시킬까 고민하기에,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근본적이며 가장 빠른 길은 엄마가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아이가 집에 오면 직접 가르치거나 “어찌하라” 등 잔소리는 일절 하지 말고, 엄마가 먼저 책을 읽으라고 권유했다. 이를 딱 100일간 실천할 수 있으면 아이 역시 달라질 것이라 말했다. 아이나 엄마 모두 태음인이기에 내린 처방이었다. 태음인은 논리나 이론의 주입보다 체험을 인정하고 기억하는 성향이다. 백번 말로 지시하는 것보다 솔선수범 한 번이 더 효과적이다.

얼마 뒤 엄마와 아이의 식탐은 많이 줄어들었고 틱증상도 차도를 보였다. 엄마는 “막상 공부해보니 이렇게 힘들구나 싶어 아이한테 미안해서 채근도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대신 부쩍 어른스러워진 아이가 공부하는 엄마를 신기해하며 졸지 말라고 커피까지 타준다며 웃었다.

어떤 학습방법을 선택할지 혼란스럽다지만, ‘가르치기보다 모범을 보이라’는 선현들의 지혜 외에 더 나은 방법이 있을까. 또 자녀를 통한 대리만족의 욕심에 가리워진 부모의 평정심부터 되찾는다면, 과외든 홈스쿨링이든 내 아이를 향한 온전한 시선을 놓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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