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과 일본
"인삼을 마시고 목매어 죽는다(人蔘呑んで首括る)!"
이 일본 속담은 병을 치료하거나 몸을 보신하겠다는 일념에 비싼 가격은 생각지 않고 과소비한 결과 빚 감당이 안 돼 자멸하는 경우를 말한다. 한 편으로는, 이 속담은 인삼의 가치를 잘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본 유곽에는 부모의 병을 치료하고자 인삼 값 대신 몸 팔러 나온 처자들이 많았다.
인삼이 일본에서 얼마나 귀하게 여겨졌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가 있다. 인삼의 약효에 매료된 일본인은 인삼의 재배에 전력투구했다. 1793년 6월에는 한국 인삼의 일본 재배에 성공하기도 했는데, 이 기념비적인(?) 사실을 기리고자 인삼 두 뿌리가 상자에 보관되어 지금까지 전해진다.
또 일본에서는 귀한 인삼 대신 인삼의 잎을 분말로 만들어 '인삼산'이라는 이름으로 일반 서민에게 보급시켰다. 설명문을 보면, "인삼 잎의 분말의 효능은 완전히 인삼과 똑같고 약간 약할 뿐이라서 비위를 보하며, 원기를 더하고 피로 회복에 좋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일본 인삼은 이후 약효 면에서 낙제점을 받아서 거의 사라졌다.
이렇게 중요한 약재인 만큼 조선과 일본 사이의 인삼 밀무역도 기승을 부렸다. 특히 일본을 방문하는 통신사들이 이 밀무역에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이 때문에 인삼을 10냥 이상 소지하고 있으면 목을 베기로 할 정도였다. 10냥이면 375g정도로 지금의 인삼 한 통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한 것이다. 실제로 신유한의 <해유록>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1718년(숙종44년) 10월 7일 역관 중 권흥식의 행장 속에서 인삼 12근을, 오만창의 행장에서 인삼 한 근을 찾아냈다. 사신 행차에 인삼과 화물을 몰래 무역하는 것은 국법에서 금하고 있으므로, 사신을 따라온 모든 역관도 금령을 범하면 10냥 이상은 곧 목을 베기로 경연에서 결정했었는데 이 무리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법령을 어겼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가 이어지면서 국내에서도 방사능에 피폭됐을 때 방사성 독성 물질의 체내 흡수를 막는다는 요오드 함유 식품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다. 한의학에서도 방사성 물질에 대한 보호 효능 약물에 대한 연구가 북한 자료에서 보고된 적이 있다.
북한의 과학백과사전출판사가 발행한 <보약>을 보면, 인삼의 방사성 물질에 대한 보호 효능 연구가 나온다. 연구 결과는 세 가지 정도의 효능으로 정리된다.
첫째, 인삼은 방사선을 쪼이기 직전에 주입하거나 혹은 쪼이고 나서 일정 시간이 지나서 주입해도 보호 효능이 나타난다. 보호 효과는 정상적으로 먹이를 줄 때보다 인삼만을 먹일 때 더 분명하다. 똑같은 방사선을 쪼인 실험동물이 30일까지 살아남은 수를 대비한 결과 인삼을 먹인 군에서는 65%, 대조군에서는 30%였다. 먹이를 끊고 인삼만을 먹인 실험군에서는 84%(생존 일수 27.4일), 굶긴 대조군에서는 8%(생존 일수 18.8일)였다.
둘째, 방사성 독성 물질 산물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이 요오드, 세슘, 스트론튬이다. 이 중 스트론튬은 몸 안에 흡수되는 양의 90~95%가 뼈 조직에 침착되어 오랜 시간 머물러 있으면서 엄중한 병적 반응을 일으키는데 인삼은 이를 막는 데 효과를 보인다. 인삼이 뼈 조직에 침착한 스트론튬을 빼내어 몸 밖으로 내보내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셋째, 방사선 피해를 받고 나서 인삼을 주면 동물의 생존율이 높아지며 몸무게가 덜 줄고 적혈구, 혈색소, 백혈구수도 잘 줄어들지 않는다. 방사선 노출에 의해 억제된 망상내피세포 계통의 기능을 일정하게 높이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역사상 가장 귀하게 여겼던 약재가 지금의 재난 속에서 더욱더 빛을 발하는 사실을 그들은 알까? 인삼의 약효에 대한 좀 더 체계적인 연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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