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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學/한방춘추

잃어버린 마음을 붙들어라


맹자는 “진실로 기르는 기회를 얻으면 자라지 않는 것이 없고, 진실로 기르는 기회를 잃으면 소멸하지 아니하는 것이 없다”고 일갈했다. 공자 역시 “붙잡으면 보존되고 놓아두면 없어지며, 나가고 들어오는 것에 일정한 때가 없어 그 방향을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우울증, 화병 등 현대인들이 겪는 다양한 심신의 문제는 마음의 갈등이 몸으로 나타난 경우다. 이를 몸에서만 원인을 찾으면 잘 낫지 않는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문제는 도외시하기 쉽다. 대신 몸이나 물질의 영역에서만 해답을 찾으려 한다. ‘물질만능’과 ‘기계론적’ 가치가 대세다.

일례로 국립암센터의 ‘10대 암예방 수칙’만 봐도 그렇다. 짠 음식, 탄 음식, 조기건강검진 등에 대한 내용은 있어도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에 대한 언급은 단 한 줄도 없다. 암 발병과 스트레스는 과연 아무 상관이 없을까.

질병의 원인을 몸과 물질 차원에서만 접근하려는 경향은 더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국내외에서 대뇌의 피질 내측섬과 기저핵 등이 활성화되는 정도를 촬영하여 ‘사랑’의 감정도 눈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머지않아 연인 간에 “당신이 나를 사랑하긴 하는 거야? 뇌영상검사로 우리 사랑을 확인해보자”라고 할지도 모른다. 또 이혼법정에선 “피고의 뇌영상검사 결과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라는 선고가 내려질지도 모른다.

과학이 더 발달하면 서로의 마음을 더 잘 알까. 대인갈등도,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도 더 줄어들까. 오히려 정반대다.

최첨단 진단기기들은 끊임없이 양산되지만, 속수무책인 질병들은 보란 듯이 넘쳐난다. 스스로 단련하지 못한 날개로는 마음껏 하늘을 비상할 수 없듯이, 마음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스스로 키워놓지 못한 부실한 마음의 근력을 최첨단 기계라고 어찌할 순 없다. 종국엔 그 마음조차 놓아버리기 쉽다.

지난 100회 동안 연재한 ‘한방춘추’의 주제는 한마디로 “마음의 갈등이 몸의 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마음에서 비롯된 병은 마음의 문제가 해결될 때 비로소 몸도 치유될 수 있다. 이것이 사상의학의 핵심이자 동서고금 현인들의 지혜다. 객관과 물질적 증거에만 몰두한 나머지 너무도 쉽게 놓치고 있는 ‘마음’의 문제가 얼마나 많은 질병과 삶의 고통에 깊숙이 관여되어 있는가를 전하려 했다.

특히 사상의학은 ‘다름’에 주목한다. 그래서 ‘태양, 소양, 태음, 소음’으로 구분한다. 왜 구분할까. 체질별로 음식을 가려 먹기 위함일까.

애초에 이제마는 인간의 타고난 심성이 달라서 대인 간의 갈등양상이 달라짐에 주목했다. 이런 갈등이 깊어져 결국 몸의 병까지 이어짐을 설명한 일종의 사상철학이자 한방정신의학인 셈이다.

사상의학은 형제자매라도 체질이 다르면 기본적인 정신심리구조가 다름을 지적한다. 다름이 인정되면 ‘내가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갈등의 씨앗이 줄게 된다.

사상의학을 통해 몸과 마음이 치유되고 질병이 예방되는 이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이 타고난 성정의 좌표에서 한 발도 움직이지 않고 상대와 세상부터 고치려드는 인간의 오만함이 만병의 근원이라 본 것이다.

이제마는 이 같은 이치를 알면 비록 마을에 의사 수가 부족해도 질병으로부터 가히 삶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다고 보았다. 건강한 삶을 위해 간절히 붙잡아야 할 것은 몸도 물질도 아닌, 바로 자신의 잃어버린 마음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