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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學/한방춘추

남과 여, 음양의 차이를 인정하라


‘음양(陰陽)의 속성은 언뜻 상반되어 보인다. 빛과 어둠, 하늘과 땅처럼 늘 접점을 찾기 힘든 평행선 같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가 존재할 수 없다. 언제나 그 뿌리는 하나이기 때문이다. 남과 여, 부부 사이도 마찬가지다.

직장만 가면 호흡곤란으로 힘들다는 중년 남성. 직장이 인수·합병되면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 합병 후 간부인 자신과 팀원들의 거취가 불투명해 수개월째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억울한 생각과 향후 일처리를 고민하느라 생긴 불면증과 급격한 체중저하로 전신이 쇠약해졌다. 겨우 나선 출근길에 번번이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갔다. 결국 한 달째 출근을 못했다.

퇴직 스트레스에 대한 면담과 한방치료로 다행히 체중도 회복되고 마음도 안정됐다.

그러나 다시 출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울증이 찾아왔다. 직장문제는 어느 정도 가닥을 잡고 있었다. 환자는 “포기할 것과 끝까지 노력할 일을 구분하고 나니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내와의 갈등이었다.

환자는 “내 몸이 조금 좋아지자 아내가 돌변했다”고 말했다. 많이 아플 때는 ‘당신만 건강하면 된다’며 정성으로 돌봐주던 아내가 지금은 ‘이제 어떻게 먹고살 거냐’며 아이들 학원비 타령에 대출이자 등 연일 돈 얘기만 꺼낸다는 것이다.

그는 “정말 아내밖에 없구나 싶었는데, 지금은 내 돈벌이에만 관심 있나 싶다”며 “아플 때 정성껏 보살펴줬던 게 결국 빨리 나아서 돈벌어오라는 뜻인가 싶다”고 섭섭해했다. 또 이게 부부인가 싶고 배신감마저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청춘을 바친 회사가 넘어가는 마당에 아내까지 그러니 왜 사는가 싶어 어디론가 혼자 떠나버리기도 했다.

아내에 대한 원망을 해소하기 위해 남녀간 차이를 설명했다. 평소에 남성의 뇌는 이성이, 여성의 뇌는 감정이 지배한다. 남성이 수학에, 여성이 언어 영역이 뛰어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남성은 대화도 항상 수학문제처럼 정답을 찾으려 한다. 반면, 여성은 공감을 원한다.

전화도 남성은 용건만 간단히, 여성은 공감을 끌어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부부간 일상 대화 역시 마찬가지다.

평소 아내는 남편이 밖에서 있었던 일, 아내가 집에서 겪었던 소소한 일까지 함께 나누고 느끼고 싶어한다. 그러나 남편들은 ‘어, 그래, 그렇게 해’라며 답만 찾으면 끝이다.

그러나 위기상황이 되면 180도 달라진다. 순간 남성의 뇌는 감정이, 여성의 뇌는 이성이 지배한다. 싸울 때도 남성은 쉽게 흥분해 주먹부터 나갈 정도로 이성은 사라지고 감정만 남는다. 여성은 오히려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더 따지고 든다.

환자가 처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평소 원하던 감정교류를 이제 자신이 원하는 상황이다. 몸도 마음도 힘들다보니 더더욱 간절하다. 당장 먹고살 문제에 대한 정답보다 감정적 욕구 충족이 더 우선한다.

반면 아내도 정반대로 달라졌다. 남편이 밤이 되자, 아내는 낮으로 이동한 격이다.

아내는 빨리 위기에 대한 정답을 찾고 싶다. 그래서 남편에 대한 감정적 배려보다 지극히 현실적 태도를 취하게 된다. 아픈 남편 입장에선 냉혹하고 비인간적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설명해주자 그제야 환자는 “우리 집사람만 유별난 건 아니란 말이군요”라며 웃었다.

남녀의 차이일 뿐이다. 어느 것이 더 옳고 그르다 말할 수 있을까. 다만, 어느 한쪽의 기준만 고집하면 나만 옳고 상대는 틀린 게 된다. 갈등의 씨앗은 여기서 출발한다.

어둠이 없이는 한 줄기 빛도 존재할 수 없다. 나와 상대가 다름을 아는 것이 배려의 출발이다. 그 속에서 서로 한 뿌리가 되어 다른 듯 닮아가는 게 음양의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