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회말 투아웃 투쓰리 풀카운트 >
새로 출범한 프로야구에 모두 열광했습니다.
개구리 점프를 했던 김재박선수
등판만 하면 경기를 재미없게 했던 선동렬 선수
콧수염이 인상적이던 김봉연 선수
긴 볼로 상대방 선수를 긴장하게 했던 너구리 장명부 선수
잘생긴 얼굴에 공도 잘 던졌던 박철순 선수
아이들은 선수의 얼굴이 새겨진 카드를 열심히 모았습니다.
3S
중고등학교를 거치고 대학에 가서 3S란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군사 독재 정권이 국민들을 우민화 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것
그러니까 사람들이 열광했던 야구가 sex, screen, sports 중에 하나라는 것이었죠
그렇게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가니 1994년
메이져 리그 마운드에 한국인 선수가 등장하더군요
발을 머리위 까지 들어올리는 폼이 좀 특이했던 하지만 시속 150km를 볼을 던지는 그 투수의 이름은 박찬호였습니다.
박찬호 선수가 선발로 나오는 날이면 부대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박찬호 선수를 응원했습니다.
제대를 했더니 많은 선수가 메이져리그에 가 있더군요
김병현 최희섭 서재응 김선우 봉중근
그러다 보니 그저 메이져 리거라는 이유로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도 점점 적어졌습니다.
일본인 메이져 리거인 이치로나 마쓰이 만큼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비교도 들리기 시작했죠
그 이후 IMF를 맞아 한참을 놀다가 어렵게 취직을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야구 열기는 확실히 예전만 못해졌습니다.
그러든 어느날 업무중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죠
WBC 라는 낯선 이름의 야구 월드컵 예선에서
대한민국이 이치로가 있는 일본을 이겼다는 겁니다.
에이 운이 좋았겠지 라고 말할 틈도 없이
다시 미국을 이기더니
30년 동안 이기지 못하겠다고 말하던 일본 선수 앞에서
태극기를 들어 마운드에 꼽더군요
그들이 6전 전승으로 4강에 오르는 걸 보며 야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야구란 우리에게 무엇일까 하구요
왜 아버지는 한밤에 아들 손을 꼭 잡은 채 만세를 부르고
상기된 얼굴로 MBC 청룡 잠바를 사오셨던 것일까?
왜 사람들은 독재정권 하에서
어리석은 국민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야구장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했던 것일까?
정확하게 설명은 못하겠지만 어쩌면 이런게 아닐까요?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9회말 2아웃 투쓰리 풀카운트에서도 역전 할 수 있다는 가능성
바로 그 가능성이 우리의 어려운 시기에 희망을 줬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무튼 선수 여러분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덕분에 일주일 동안 참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야구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