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 2부 - 만남 >
BGM : With or Without you - U2
Hey little girl - Mark boyce
카페인이 필요한 오후 4시 5분
커피전문점 앞에서 남자는 잠시 고민한다.
평소대로 시럽이 잔뜩 들어간 맛있는 커피를 마실 것인가?
아니면 커피의 쓴맛으로 권태를 달랠 것인가?
“시럽은 넣지 마시구요”
남자는 쓴맛을 택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나 그가 권태를 없애려는 목적이었다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예측 가능한 여분의 시간이 있는 반면 예측 불가능한 결정적인 순간이 존재한다.
그 순간은 의외로 아주아주 짧을 수도 있다.
커피를 받아들기도 전에
그의 심장은 터질 것 처럼 두근 거리게 되고
기분은 환상적이고 몽롱한 상태에 빠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런 종류의 일이 벌어지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3초
이 남자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의 신체 중에서 감각기관이 가장 많이 모인 그의 손이
그녀의 손과 닿았을 때의 감촉이
척수신경을 거쳐
대뇌피질 두정엽의 피부 감각령에 이른다.
약 20~2만 헤르츠의 음 진동인 그녀의 목소리가
그의 오른쪽 고막을 두드리고
청신경을 거쳐
대뇌 피질의 측두엽의 청각령에 이른다.
그녀의 얼굴이 망막에 거꾸로 맺혔다.
파장이 약 40~700 나노미터 전자기파의 형태로
시신경을 거쳐 대뇌 피질 후두엽의 시각령에 이르면
그의 뇌는 그녀의 모습을 똑바로 인식한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발생한 휘발성 물질인 샴푸향기가
그의 후신경을 거쳐
뇌에서 감정과 기억을 관장하는 변연계의 후각령에 이른다.
바로 저 사람이야 라는 결론을 뇌가 내리면서
남자의 영혼은 3초만에 그녀에게 사로잡히고 만다.
“저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