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 3부 - 그녀의 이야기 "빠롤" >
여자를 부르는 목소리에
그녀는 남자를 돌아본다
“저기요”
예전에도 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주 아주 오래전에
이 남자의 이름은 그냥 '저기요'로 부르기로 하자
그가 그녀를 처음 부른 말이 “저기요” 이기도 하고
그녀가 그를 그정도로만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헤어지자”
아니 사실 '저기요'건 '여기요'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언어 그 자체다
안타깝지만 이별의 장면을 찬찬히 훑어볼 필요가 있다
“내가 니껀 아니잖아”
"내꺼 잖아"
“헤어지자”
그렇다 바로 이 말이 핵심이다
“헤어지자”
아니 아니 그 말이 아니라
"내꺼 잖아"
그래 그 말 “내꺼 잖아” 바로 이 말이 핵심이다
왜 핵심인지 지금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내꺼 잖아"
남자는 여자의 말을 일반적으로 이해했다
“헤어지자”
그러나 여자의 대답은 결코 일반적인 의사소통의 법칙을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
소쉬르에 따르면 언어는 두가지 기본적인 차원을 지닌다
그 하나가 랑그
다른 하나는 빠롤
즉 “내꺼잖아” 라고 한 여자의 대답은 규칙과는 상관없는 100% 그녀만의 언어 빠롤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그녀만의 빠롤을 이해하지 못했다
일종의 의사소통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는 그녀의 말이 자신을 구속하는 것이고 그것은 그가 믿는 사랑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녀의 빠롤을 그가 이해해주길 바랬다
그러니까 대략 "내꺼 잖아" 에 포함된 빠롤의 내용은 세가지 정도
"내꺼 잖아"
“그래 나 니꺼야”
“무슨 말인지 알아”
“미안하다”
그녀가 꼭 빠롤을 고집해야 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길게 길게 이런 저런 많은 단어들 다시 말해 랑그로 자세하게 설명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말 외에 어떤 말도 자신의 감정을 대신해 줄 수 없다고 믿었고
그녀가 그렇게 믿는 한 그녀는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내꺼 잖아"
그것이 그녀가 믿는 사랑이었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결국 그녀는 '저기요' 씨와 헤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어느날 오후 대략 4시 정도 우연히 커피잔을 마주 잡게 된 낯선 남자에게서 '저기요' 라는 말을 또다시 듣는다
바로 그 순간 그녀는 그 말이 랑그가 아니라 낯선 남자의 빠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