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황의 두 얼굴
다이어트 건강식품으로 팔리는 마황에 대한 독성 검증이 화제다.
마황(麻黃)의 별명은 용사(龍沙)이다. 마황이 든 약의 처방명도 소청룡탕, 대청룡탕이다. 청룡이라는 것은 마황의 색깔이 푸르면서 격렬한 약효를 가진 것을 상징하는 말이다. 잘 알다시피, 용은 전설상의 동물로 물속에 잠겨 있다가 하늘 높이 날며 불을 뿜고 비를 내리는 것으로 여겨진다.
자연에서 가장 낮은 물속에 잠겨 있다가 가장 높은 하늘로 치솟는 이런 모습 때문에 용은 거대한 에너지를 상징한다. 인체에서 가장 낮은 신장(부신)의 에너지를 가장 높은 폐로 전달해서 격렬한 양기를 만드는 약효를 가진 식물인 마황을 이런 용에 비유한 것이 그럴 듯하다.
<동의보감>을 보면 이런 비유가 더 잘 이해가 된다. 인체의 에너지는 정·기·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대 의학을 염두에 두면, '정'은 부신에 저장된 호르몬이고, '기'는 에너지, '신'은 에너지를 쓰는 정신 활동이다. 부신에 저장된 호르몬을 사용하여 에너지를 일으키고 정신을 고양시키는 강력한 약재인 마황을 용에 빗댄 것은 이런 한의학의 개념을 염두에 둔 것이다.
마황이 자라는 곳에는 겨울에 눈이 내리자마자 곧바로 녹을 정도로 양의 성질이 강하다. 한의학의 맥락에서 보면, 마황은 이렇게 음의 성질이 강한 곳에 양기를 퍼뜨리기 때문에 차가운 한기가 모이지 못하게 한다. 현대 의학을 염두에 두고, 그 약효를 살피면 일종의 각성제다. 정신을 흥분시키고, 심장 박동을 늘려서 혈액 순환을 돕고, 땀을 내거나 코를 뚫는다.
마황은 한의학 처방의 최고 고전인 <상한론>에도 언급될 정도로 오랫동안 약재로 쓰였다. <상한론>의 저자 장중경은 소설 <삼국지>의 무대가 되는 시기에 살았던 의학자였는데, 당시 유행했던 전염병의 치료제로 바로 이 마황이 각광을 받았다. 당시 상한(전염병)이 유행하여 10년도 못되는 사이에 장중경의 일족 200명 가운데 3분의 2가 사망했다.
그 사인의 70%가 '상한'이었는데, 바로 이 전염병을 치료하고자 만든 처방을 기록한 것이 바로 <상한론>이다. 마황은 이 책 처방의 주약물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처방이 되는 갈근탕, 마황탕, 소청룡탕, 대청룡탕, 월비탕 등 마황이 들어간 많은 처방이 바로 이 책에서 비롯되었다. 이것은 한의학 초기에 마황처럼 효과가 있는 약이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마황에 내재된 강력한 약성은 현대 의학도 부정하지 못한다. 일본 도쿄 대학 나가이 나가요시가 마황에서 에페드린을 발견했고, 1923년부터 이것은 현대 의학에서 천식과 기침의 치료제로 이용되었다. 에페드린은 각성제와 흡사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를 이용해 합성한 메탐페타민은 각성 쾌감 작용을 일으킨다.
즉, 마황은 현대 의학에서도 호흡기(肺)와 신경 계통(心)에 강력하게 작용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다이어트 건강식품으로 이 마황 즉 에페드린을 사용한 점이다. 미국에서 에페드린이 피부의 땀구멍을 열어주고 열량 소비를 촉진하는 것을 이용하여 약품이 아니라 건강식품으로 사용하면서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전염병을 치료할 정도로 강력한 약을 의사가 아니라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여 과용하거나 남용한 것이 문제의 초점이다.
<본경소증>은 마황의 과용,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이렇게 설명한다. ①폐가 거꾸로 치밀어 오르고 근육이 떨리며 ②심에 영향을 주어 가슴이 두근거려 손으로 감싸려 하고 ③신에 영향을 주어 배꼽 밑이 뛴다. 이런 부작용도 마황을 상징하는 용을 염두에 두면 쉽게 이해가 된다.
용이 깊은 물속에 숨어 있다가 하늘에 비를 내리는 것은 몸속의 진액이나 혈액을 부글부글 끓여서 땀내는 것과 같다. 마황으로 땀을 내게 되면 땀의 원료로 사용되는 혈액 역시 소모한다. 혈액량에 변화가 오면 심장의 혈액은 공백이 생기고 허혈 상태로 박동을 계속하여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이 오지 않으며 손이 떨리는 증상을 일으킨다.
이처럼 마황의 사용과 금기에는 여러 가지 고려할 점이 많다. 그래서 한의학자도 마황이 들어간 약을 처방할 때는 환자의 상태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표준 체중 이하이거나 생리 양이 적거나 소변 양이 적은 사람,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에게는 복용을 주의하는 지침을 내린다.
내가 이 처방의 위력을 알게 된 것은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면서 마황이 들어간 소청룡탕을 처방했을 때 보인 효과 때문이었다.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였는데 비만이 개선되고 식욕도 떨어졌다는 호소 아닌 호소를 들으면서였다. 실제로 사상 의학을 염두에 두고 치료를 하는 한의사들은 뚱뚱한 태음인의 체질 개선 약으로 마황을 처방한다.
약과 독의 경계는 적정한 체질의 환자에게 적정한 용량을 처방하는 데 있다. 약은 인체가 위기에 빠졌거나 그런 징조가 명백할 때 마지못해서 쓰는 것이다. 신체의 이상이 안 나타나고 또 그 원인도 막연한 상태에서 복용하는 건강식품과는 다르다. 마황을 건강식품으로 취급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지만, 그것을 무조건 독성 물질로 몰아붙이는 것도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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