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配慮). ‘짝이나 아내(配)를 생각해준다(慮)’는 뜻이다. 그러나 자신이 주고 싶은 대로 주고 배려했다 착각한다. 때론 상대에겐 구속이자 간섭일 수 있다. 그래서 공자는 “상대가 노래 부를 때 노래를 잘하거든 반드시 한 번 더 부르게 하고, 그 뒤에 답가를 불러라”라고 말했다. 배려의 참의미를 되짚어보게 만든다. 만성 두통과 체력저하로 함께 내원한 중년부부. 화병 양상까지 보이는 아내는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라며 한숨부터 내쉰 뒤 지난 10여년간의 부부갈등을 털어놨다. 남편과는 사사건건 의견차이가 생긴다. 마트에서 물건 하나 사는 것부터 자녀 교육방식까지 ‘부부가 어쩌면 이렇게 생각이 다를까’ 싶다.
아내는 “내 의견을 말하면 결국 언쟁이 되기 때문에 늘 참고 맞춰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살림살이까지 미주알고주알 개입하니 미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그러자 남편은 “참고 사는 건 나도 마찬가지”라며 맞받아친다. 반면 아내는 “주말부부로 지내다 곧 지방근무를 끝내고 함께 지낼 생각을 하니 머리가 더 지끈거린다”고 말했다.
아내는 태음인, 남편은 소음인이다. 둘 다 참고 살아온 건 맞다. 그러나 이면은 조금 다르다. 태음인은 자기 생각이나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상대방이 싫어하거나 달리하고 싶어 하면 웬만하면 상대에게 맞춰준다. 침을 맞을 환자의 자세가 너무 불편해 보여 ‘편하게 계시라’고 하면 “원장님이 허리를 숙여 침놓기가 불편하실까봐…”라고 말한다. 이것이 태음인식 배려다.
소음인으로선 이해하기가 힘들다. 비합리적으로 여겨진다. 소음인의 배려는 어디까지나 자기 위주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상대에게 권한다. 일례로 자기 입맛에 맞는다고 이미 배부른 상대에게 계속 먹으라고 권하거나, 내가 술값을 낼 테니 2차까지 가자는 식이다. 상대의 기분이나 의중 파악은 뒷전이다. 좋은 음식과 술값까지 내니 배려했다고 여긴다. 이런 방식에서 마찰을 빚으며 자기 고집대로 못하면 소음인은 ‘나도 무지하게 참고 산다’라고 여긴다. 또 상대가 틀렸는데 자기 원칙대로 고쳐놓지 않고 그냥 넘어가준 것도 ‘참고 살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소양인은 순간적인 말로는 기분 좋게 감정적 배려를 잘한다. 문제는 겉으로 생색나는 일이 아니면, 행동까지 이어지진 않는 게 한계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묵묵히 미리 행동으로 배려하는 태음인 기준에서 보면 소음인 머릿속엔 ‘배려’라는 단어가 없어 보인다. 나이가 더 들어도 마찬가지다.
남편에게 “내가 주고 싶은 걸 줄 게 아니라 아내가 원하는 걸 주는 게 진정한 배려”라고 설명했다. 아내가 도와달라고 요구할 땐 이미 늦은 것이니 이때라도 지체 없이 해주면 된다. 그런데 소음인은 이때도 ‘이게 옳네, 저게 틀렸네’하며 더 따지고 들려 한다.
아내에겐 화병 치료 한약을, 남편에겐 보약을 처방했다. 얼마 뒤 한결 나아진 모습의 아내는 “그간 수없이 지적해도 소용없었는데 체질로 설명해주니 남편이 많이 달라졌다”며 좋아했다.
배려는 태음인에겐 ‘모국어’이지만, 소음인에겐 ‘제2 외국어’다. 소음인은 자신의 부족함부터 인식해야 하고, 태음인은 소음인에게선 배려의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소음인은 아는데 일부러 안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낯선 외국어처럼 몰라서 못해주는 것이다. ‘나는 해주는데, 왜 당신은…’이라고 억울해하면 결국 화병만 얻는다.
배려할 때는 내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상대방이 좋아하고 싫어함을 관찰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서 현자들은 ‘생각을 버려라’ ‘생각을 멈추면 행복이 보인다’라고 끊임없이 말한다. 모두 소음인이 더 새겨들을 가르침이다. 태음인 아내가 표현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지체 없이 몸으로 도와주는 게 소음인 배려의 최고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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