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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nce - < 사랑 1부 - 권태 >


< 사랑 1부 - 권태 >


BGM : In The Death Car - Iggy pop

주변에서 종종 보게 된다.

세상으로 부터 감각을 닫고 사는 사람들

자유가 좋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외로운 사람들

세상이 재미없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우울한 사람들

이 남자도 마찬가지다

오늘이 어제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을 사람

순간순간 세상은 역동적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그의 삶은 권태가 지배한다.

그의 소장이 그가 먹은 음식을 1cm 이동시키기 위해 애쓸 때에도

화성 탐사선 패스파인더호가 보낸 신호가 지구에 도착하는 시간에도

그는 아직 모르지만 세상이 얼마나 짧은 단위의 시간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그에게도 세상이 조금은 흥미로웠을지 모른다. 야구에서 가장 결정적인 홈런의 순간도

테니스에서 가장 결정적인 승리의 순간도

나비를 공중에 떠있게 하는 날개짓도 얼마나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지 그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시간조차 지배할 만큼 긴 영겁의 시간이 되어버리는 세계가 있다.

이는 결코 인간의 정신세계에서만 가능한 시간의 단위가 아니며 은유나 상징은 더더욱 아니다.

현재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짧은 순간은 우주가 빅뱅으로 탄생한 순간인 10의 43 제곱 분의 1초

물론 살다보면 이 남자에게도 시간에 대한 관념은 있다.

좀 더 짧았으면 하고 느껴지는 시간도 있고

좀 더 길었으면 하고 바라는 시간도 있다.

다시 그의 현실로 돌아와 보자.

매일아침 채광이 좋지 않은 방에서 홀로 일어난다.

잘 다려져 있지 않은 양복을 대충 걸쳐 입고

밤 사이 구두위에 내려앉은 먼지까지 털어내면

이제 그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할 차례다.

오늘도 그는 늘 그래왔듯이 권태로울 것이라 믿고 있다.

곧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